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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8일 이후]교수님 추석선물 때문에 감사과 불려간 사립학교 교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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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모 사립대학 시설기획과에 근무중인 40대 교직원 A씨. 아침 출근을 서두르다 대충 신은 양말이 금방 구멍이 날 듯 하다. "오늘 중요한 행사도 있는데…." 인상을 찌푸리다 지난주 학교에 들어오는 설비보수업체 G과장이 놓고 간 양말세트가 생각났다.

부서가 바뀌기 전 시설지원과에 근무하던 5년간 알고 지냈던 이다. 책상 구석 서류더미 사이에서 양말 상자를 찾아 집어드는 순간, 싸한 느낌이 든다. 네모납작한 상자 안에 지폐가 각을 맞춰 들어있다. "아니 요즘 누가 이렇게…." 서둘러 캠퍼스 내 우체국으로 달려가 현금을 우편환으로 G에게 반송한다. 창구 여직원이 눈치챘다는 듯 얄궂은 미소를 짓는다. "과장님, 수수료 3500원은 여기서 제하고 보내셔도 될텐데요."
한숨 돌리고 나니 이걸 감사과에 보고해야 하나 잠시 망설여진다. 그리고는 이내 "나혼자 조용히 넘어가자"고 결론낸다. 어차피 다시 돌려줬다는 증거도 남기지 않았는가.

이날 오전엔 학교가 230억원을 새로 지은 '청렴관' 준공식이 열렸다. 대학 이사장과 총장, 지역 국회의원 등 내외빈 100여명이 참석하는 자리다. 기존에 1인당 4만원이었던 음식을 음료와 주류까지 포함해 2만9000원에 주문했다. 몇가지 메뉴를 빼서 단가를 맞췄다는데, 혹여 허술하다는 얘기가 나오지나 않을지 다들 걱정중이다.

행사를 마치고 사무실에 돌아오자마자 난데 없이 감사과에서 호출이 온다. 혹시 G과장의 돈뭉치 때문인가 마음을 졸였는데 웬걸 지난 추석 때 돌린 개당 4만7000원짜리 선물세트에 대해 묻는다. 청렴관 설계 때 도와준 대학 교수 몇 명에게 건강음료를 인사차 보냈는데 이게 시중에서는 5만원이 넘는 가격이라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였다. A씨는 "추석선물은 김영란법 시행 전 일인데다 구매가격 기준으로는 문제가 없지 않느냐"며 항변하고 감사과를 빠져나왔다.
이래저래 피곤한 하루를 마치고 집에 들어서니 저녁 9시가 훌쩍 넘었다. 아내가 몸에 좋은 과일이라며 생전 처음보는 듯한 '아보카도'를 접시에 담아 내오며 묻는다. "여보, 윗집 아저씨가 위암 초기로 발견돼 자기네 학교병원에 입원한다는데, 수술 날짜가 빨리 안나오나봐. 순서 좀 앞당기게 얘기해 줄 수 있지?" "혹시 이거 그집에서 사온거야?" A씨는 입안에 들어갔던 아보카도 조각을 도로 뱉어내며 아연실색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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