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휼지심(矜恤之心) 없이는 '심의(心醫)' 될 수 없어"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늦은 밤, 경기 포천에 있는 송우고등학교의 한 여고생이 집에서 공부를 하다말고 '종이 하트' 접기를 하고 있었다. 빨간 색종이를 책상 위에 놓고 하나씩 하나씩 접어나갔다. 잠시 뒤 엄마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 모습을 지켜본 엄마는 "뭐하고 있니?.공부 안하고?"라며 나무라듯 한 마디를 던졌다. 이 여고생은 엄마를 사랑스럽게 쳐다보며 "이 종이하트를 접어 보내면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 의료비를 지원해 준대"라고 말했다. 엄마는 "뭐? 이리 줘봐! 나도 하나 접게"라며 같이 앉아 종이 하트를 접기 시작했다.
신준식 이사장은 "기부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반드시 지녀야 할 의무와 책임"이라면서 "작은 실천에서 기부는 이뤄질 수 있고 이 작은 실천이 우리 사회를 바꾸는 힘"이라고 말했다. 2만3615개의 종이하트가 모이면서 가정형편이 어려운 23명의 척추환자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첫 사랑의 '종이 하트' 수혜자는 충북 청주시에 사는 권대영(86)씨. 권 씨는 젊었을 때 서당 훈장으로 일하며 아이들에게 유학을 가르쳤다. 어려운 살림에도 늘 주변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건네주고 베푸는 인생을 살았다. 나이가 들면서 허리통증까지 겹쳐 걷는 것은 물론 앉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슬하에 자녀도 없고 부인과 사별해 권씨를 돌볼 사람이 여의치 않았다. 권씨는 사랑의 '종이 하트' 덕분에 건강을 되찾았다. 자생한방병원에서 '추나요법'과 '약침치료' 등 한방 통합치료를 받았다. 권 씨는 "치료 효과가 좋아 양반다리로 앉을 수 있을 정도로 예전보다 상태가 한결 나아졌다"며 웃음을 머금었다.
신 이사장은 "공익의료재단으로서 사회공헌 활동은 의무이자 필수이고 의료인이라는 측면에서는 더욱 그렇다"며 "긍휼지심(矜恤之心)을 가지고 있지 않고서는 결코 마음의 병부터 치료하는 '심의(心醫)'가 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952년생인 신 이사장은 경희대 한의과대학과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척추신경추나의학회와 항노화학회를 설립했고 현재 대한한방병원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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