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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인터넷 뱅크 컨소시엄이 성공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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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형 국민대 경영학 교수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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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뱅크 컨소시엄은 전략적 제휴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제휴를 통해 누가 더 큰 이익을 볼 것인가.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누구에게 힘이 쏠릴 것인가. 기존 금융기관인가, 아니면 인터넷 플랫폼기업인가."

경영전략 강의시간에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금융분야 전문지식이 부족하고 실무경험이 없는 학생들이 답변하기는 어려운 질문이었지만 나름대로의 시각과 지식을 가진 학생들과 한 시간 동안 논쟁을 벌였다. 학생들은 '금융과 정보기술(IT)의 융합적 비즈니스모델인 인터넷 뱅크'에서 플랫폼을 가진 IT기업이 우세하다는 입장과 업의 본질을 아는 금융기관이 힘을 가질 것이라는 입장으로 팽팽하게 갈렸다.
본격 출범을 앞두고 준비가 한창인 인터넷 뱅크의 대표 컨소시엄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두 곳이다. 카카오뱅크는 한국투자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이 카카오와 함께 팀을 이뤘고, 케이뱅크는 우리은행, 한화생명보험, GS리테일, 다날 등이 KT와 팀을 이루었다. 두 인터넷 뱅크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데, 사실 중요한 것은 둘 중 누가 이기냐가 아니다. 또한 제휴 파트너 간 힘겨루기는 더더욱 아니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두 은행이 모두 성공적으로 궤도에 오르면서 서로에게 좋은 경쟁자가 되는 것, 그리고 두 은행 모두 글로벌 진출에도 성공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산업 규모를 감안할 때 인터넷 뱅크가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두 은행은 국내 금융시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하루빨리 구축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인터넷 뱅크의 성공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다. 우선 환경적 요인의 핵심은 은산(銀産)분리(은행과 산업자본 분리) 완화를 위한 은행법 개정 및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제외 조항의 수정 등 적합한 규제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중요한 성공요인은 바로 컨소시엄 구성기업 간 ‘경쟁(competion)’과 ‘협력(cooperation)’이다. 전략적 제휴는 경쟁과 협력의 조화, 즉 coopetition(코피티션. competion과 cooperation의 합성어)을 전제로 한다. 제휴 기업 간 관계에 따라 경쟁과 협력의 균형을 찾는 지점이 달라져야 한다. 인터넷 뱅크 컨소시엄 구성기업들의 제휴 형태는 지분투자를 기반으로 하면서 상호보완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강력한 네트워크’라 할 수 있다. 경쟁보다는 협력에 더 비중을 둬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상황은 간단하지 않다. 인터넷 뱅크가 수익성 하락세를 걷고 있는 금융기관의 미래를 온전히 책임져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각 금융기관이 최근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모바일뱅킹은 오히려 경쟁 또는 대체 상대가 됐다. 즉 금융기관은 IT기업과의 컨소시엄을 통해 인터넷뱅크를 출범시키지만 동시에 독자적인 모바일뱅킹 앱을 선보이며 치열한 홍보를 펼치고 있다.
따라서 인터넷 뱅크 컨소시엄 구성기업의 리더들은 다시 한 번 개별기업의 목표와 전체 컨소시엄의 목표를 일치시키면서 전략적 방향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 지금 하루라도 빨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급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더 급한 것은 서로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면서 공통의 전략적 목표를 명료하게 하는 것이다. 만약 개별기업의 전략적 우선순위와 자원을 투입할 여력이나 능력 등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컨소시엄은 서로의 발목을 묶은 채 다른 방향으로 달리는 상황이 될 것이다. 이미 인터넷뱅크, 다이렉트뱅크, 핀테크(금융+기술) 등 다양한 형태로 금융시장을 확대해가는 중국에 비해 우리는 많이 늦은 만큼 더 꾸물거릴 수는 없다.







이은형 국민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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