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의 상인' 의 문제의식과 2016년 영국의 놀라운 닮은꼴
그들은 적대감과 반목 속에서 스스로의 생존을 도모하기 위한 방편으로 높이 이자의 '대출'업을 자임했다. 극도의 불안정한 초기의 정착생활 속에서 특유의 근면과 악착같은 생활력이 소자본을 만들어냈을 것이고, 그것을 굴리는 방식을 통해 불려나갔을 것이다. 그들이 막 생겨나기 시작한 유럽 사회의 경제의식을 투철하게 실천하는 '경제전도사'가 된 까닭은, 사회적인 약점들을 그것으로 커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기독교도와 유태교도 간의 반목은, 현재 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랍 이민자 갈등을 연상시킨다. 이민자들을 평등하게 대해야 한다는 요구는, 샤일록이 주장한 노예나 하인과의 평등 논리와 닮아있다. 거기다가 기독교도 사회의 가치와 유태교도의 가치가 충돌한다는 측면은 브렉시트를 낳은 영국의 내면을 떠올린다. 셰익스피어 시대의 초기금융업은 이제 세계적인 돈의 흐름으로 자리 잡았고, 모든 국가의 경제를 움직이는 핵심변수가 되어 있다. 이 점 또한 의미심장하다.
'신용'에 대한 냉혹한 논리는, 살아있는 사람의 살점 1파운드를 베어내겠다는 샤일록의 주장으로 모순을 드러내지만, 그 모순을 품은 채 여전히 경제적인 질서 속에서 어마어마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인간의 품격과 경제질서 중에서 무엇이 중요한가. 그 문제에 대한 답은, 2016년 인류에게도 여전히 혼란스럽다. 2004년 마이클 래드포드 감독이 만든 영화 '베니스의 상인' 속에서 샤일록으로 열연한 알파치노는 이렇게 소리친다. "그들이 돈으로 노예를 샀듯이, 나도 그의 살점을 돈으로 산 것입니다."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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