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대기업으로 옮기려 대우조선 기숙사 독서실서 '열공 중'
한때는 꿈의 직장이었지만 이제는 업계 떠나고 싶어
현대중공업 사원도 "퇴직하고 싶다 위로금 달라" 경영진에 요구
삼성중공업은 대리부터 희망퇴직 대상, 사원으로 확대 확률도 있어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대우조선해양 사무직 6년차 대리인 이준기(34ㆍ가명)씨는 요즘 근무를 마치고 간단히 저녁식사만 한 후 거제 옥포조선소 기숙사 내 독서실로 향한다. 심신이 피곤하지만 이직을 위해 한달 전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잘릴 걱정이 없는 공기업이 목표다. 기숙사 동료 가운데 그처럼 이직을 준비하는 직원들은 한 두명이 아니다. 모두 사원, 대리급으로 8년 이하 경력 직원들이다.
이 씨는 "요즘에는 밤 늦은 시간까지 독서실이 불야성을 이룬다"며 "연차가 낮은 직원들은 희망퇴직 대상자가 아니지만 더 늦기 전에 고용안정이 되는 곳으로 떠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1차 구조조정을 실시한 이후만 해도 '남은 사람들끼리 힘내서 잘해보자'는 분위기였지만 추가 자구안을 제출해야 한다는 소식에 모두들 기운이 빠졌다.
현대중공업에 다니는 말단 직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한 지난달 초, 노동조합 홈페이지에는 "왜 희망퇴직은 과장급 이상인가. 사원 대리도 선택권을 달라"는 글이 올라와 논쟁거리가 됐다. 울산 조선소에 다니던 한 직원이 경영진에게 이메일을 보내 "과장급 미만 직원들도 위로금을 받고 회사에서 나갈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한 것도 그 즈음이었다.
반대로 회사에 남기 위해 연차 낮은 직원들이 과장 진급을 거부하는 사태도 벌어진다. 희망퇴직 타깃이 과장급 이상으로 정해지자 현대중공업 노조는 '승진거부권'을 사측에 요구했다. 승진을 포기하는 대신 확실한 고용을 택하겠다는 속내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사무직이라도 사원, 대리는 노조 소속이다. 과장이 되면 노조에서 자동 탈퇴된다. 정리해고가 대부분 비조합원인 우선으로 진행되다 보니 조합원 울타리 안에 남고싶은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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