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바깥의 잠룡들의 행보가 주목을 끄는 것은 현재 차기 대선 구도와 맞물려 있다. 여당의 경우 뚜렷한 대선 후보가 없고, 야당의 경우 확실한 대선후보가 있지만 쉽지 않은 숙제를 풀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각광받고 있다. 반 총장의 경우 높은 인지도를 얻고 있을 뿐 아니라 기존 정치권 바깥의 인사라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 고령, 현직 유엔사무총장이 국내 정치에 관심을 보이는 것에 대한 불만, 경륜에 비해 국내 정치 경험은 전무하다는 점, 현재의 지지를 확실한 지지층으로 규합할 수 있을지 여부 등은 약점이다.
실제 반 총장의 대선 출마는 몇 개의 관문을 넘어야 한다. 먼저 당사자 스스로 대선을 결심해야 한다는 것이고 다음은 현재의 지지세가 이어질지 여부다. 반 총장의 여권후보 카드가 반짝 인기가 될 경우에는 여권에서는 구원투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 경우 투입할 수 있는 인사가 남경필 경기도 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다. 두 사람 모두 풍부한 정치적 경험을 갖고 있는데다, 광역자치단체장이라는 행정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경기도와 제주도 모두 스윙보트라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가 문 전 대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지지율임에도 불구하고 주목받는 것은 이같은 정치 상황과 맞닿아 있다. 박 시장과 안 지사 모두 대선에서 혈전을 치러야 할 서울과 충청권 단체장이라는 점은 현재 지지율과 더불어서 고려해야 할 강점 가운데 하나다. 손학규 전 대표의 경우에도 뚜렷한 정계복귀 명분을 제시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복귀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그 역시 야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의 한 축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안 상임공동대표는 국민의당 부동의 대선후보라는 점에서 한층 안정적이다. 하지만 안심할 수 있는 처지는 못 된다. 일단 안 전 대표는 2011년 정치에 참여를 선언한 이래로 '새로운 정치'를 표방했지만 구체적으로 지난 5년간 무엇이 새로운 정치인지에 대해서 명확한 그림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총선에서는 다당제 도입의 필요성을 이야기했지만, 원구성 협상 국면에서 세비반납 수준의 대응만 내놓고 있다. 올해 정기국회에서 국민의당과 안 상임공동대표가 어떠한 성과를 보이는지는 이후 대선가도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안 공동대표는 이제 더 이상 기존 정치를 비판하는 정치 신인이 아닌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정치권의 핵심 키플레이어이기 때문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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