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를 겪어온 현대중공업과 현대상선에 1일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현대중은 조선 3사 가운데 가장 먼저 주채권은행으로부터 자구안을 잠정 승인받아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현대중은 2014년 9월부터 독자적인 경영개선 작업을 벌여 3조9000억원 상당의 자구계획을 시행해왔지만 정부와 금융당국이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면서 주채권은행으로부터 추가 자구안을 요구받아왔다.
현대중은 자구안에 투자 목적으로 보유 중인 유가증권이나 울산현대백화점 앞 부지, 울산 조선소 기숙사 매각 등 자산 처분 외에 지게차ㆍ태양광ㆍ로봇 등 사업 분야 분사 등을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임금 반납과 연장근로 폐지, 비핵심업무 아웃소싱, 인력감축계획도 들어있다.
하지만 현대중노조는 대규모 부실의 책임이 대주주와 경영진에 있다면서 민주노총과 민주노총 금속노조 등 노동계와 야권 등과 연대해 구조조저 반대투쟁과 대(對)재벌책임론을 부각시키며 맞설 계획이어서 향후 노사관계에 진통이 예상된다.
현대중은 고(故)정주영 명예회장이 1972년 울산 미포만에 설립한 현대조선소를 모태로 2002년 현대그룹에서 분리됐고 현재는 정 명예회장의 6남이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대주주다.
현대상선은 이날 사채권자 집회를 통해 회사채 50% 출자전환과 잔쳐애부의 분할상환 등을 담은 채무조정안을 통과시키는데 성공했다. 전날 열린 3건의 집회에서는 총 6300억원의 채무조정안이 거의 100%에 가까운 동의로 가결됐다. 이날 오후 예정된 1200억원 규모의 채무재조정 안건도 통과가 점쳐진다.
현대상선은 1976년에 아세아상선으로 설립됐다가 1982년에 현대그룹 산하의 현대상선으로 상호가 변경됐다. 현정은 현 회장의 부친인 현원영 회장이 오랜 기간 현대상선 회장을 맡았으며 현 회장은 정주영 명예회장의 5남인 남편 정몽헌 회장이 타계한 이후 2004년부터 현대그룹과 현대상선을 맡아왔다. 현 회장은 지난 2월 채권단과의 자율협약 신청 과정에서 유동성 위기를 겪는 현대상선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300억원 규모의 사재를 출연하고 등기이사직도 내려놓고 백의종군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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