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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지 환자에 전문약 못 써?…구급대원 손발 묶은 응급의료법

최종수정 2016.06.01 11:16 기사입력 2016.06.01 11:16

119구급대원들, 응급구조법 때문에 심정지 환자 전문 약물 투입 못해...궁여지책 스마트원격진료지도서비스 실시하니 소생률 급등...안전처, 전문약물 사용 위해 법 개정 추진...의사들 '집단이기주의' 걸림돌

산림헬기가 유씨를 구조, 119구급대에 인계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119구급대원의 응급 약물 처치가 불가능해 연간 수천명이 목숨을 잃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물 오남용을 우려한 의사들의 '집단 이기주의'가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1일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3만명 안팎의 심장마비(심정지) 환자가 발생하는 데 정작 현장에 출동한 119구급대원들은 심정지 환자에게 필수적인 약물을 투입할 권한이 없다. 응급의료법상 119구급대원들은 응급구조사 자격증을 통해 포도당(저혈당), 니트로글리세린(흉통), 수액(쇼크), 기관지 확장제(천식), 산소(호흡곤란) 등 5가지 경증 환자에 대한 약물만 사용이 가능하다.

심정지 환자의 응급 처치를 위해선 에피네프린, 아미오다론 및 리도카인, 중탄산염, 염화칼슘 등의 약물을 투여해야 한다. 그런데도 119구급대원들은 법적인 제약으로 인공호흡과 흉부압박ㆍ자동심장제세동기 사용 등을 통한 일반적 심폐소생술만 할 수 있다.

이는 약물 사용의 부작용 등을 우려한 의료계의 반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들은 에피네프린 등 혈관 확장제 약물들은 만약의 경우 부작용이 예상되므로 의학적인 안전 담보없이는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보다 못한 소방당국이 대안을 마련하고 나섰다. 응급의료법의 제한을 우회해 2014년부터 심정지 환자 발생 현장에서 119구급대원이 전담 지도의사와의 영상통화를 통해 의료 지도를 받아 전문 약물을 투여할 수 있는 '스마트 원격의료지도' 서비스를 시행한 것이다. 효과는 놀라웠다. 그해 7월부터 11월까지 수원소방서에서만 심정지 환자에 대한 의사의 지도를 통한 전문 약물을 투여한 결과 회복률이 7.4배나 늘어났다.
지난해부터 4개 시ㆍ도로 스마트 원격의료지도 서비스를 확대했고, 4%대였던 해당 지역 심정지 환자 회복률이 7%대로 늘어났다. 올해부터는 이를 더 확대해 참여 소방서를 19개에서 29개로 늘리고 119구급차 대수도 128대에서 199대로 확대했다.

스마트의료지도서비스


안전처는 스마트의료지도 서비스가 전국에 확대될 경우 매년 수천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심정지 환자가 2013년 2만9356명, 2014년 3만309명, 등 매년 3만명 가량 발생하고 있지만 심폐소생술 후 회복률이 4.8%에 불과하다. 그나마 신체손상 전혀 없이 무사 퇴원하는 경우는 2012년 기준 0.9%에 그친다.

미국의 경우 구급현장에서 응급구조사가 에피네프린 등 응급약물 28종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심정지 환자의 심폐소생술 후 소생률이 10%가 훨씬 넘는다. 의사가 구급대원과 함께 출동하는 유럽 국가들은 30%에 이른다.

즉 우리나라도 응급 현장에서 119구급대원을 통해 심정지 환자에 대한 전문약물 사용이 가능해지면 많은 인명을 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힘입어 소방당국은 응급구조사의 약물 사용권한을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반대의 벽에 부딪혀 있는 상태다.

안전처 관계자는 "심정지 환자는 신속한 처치가 없다면 사실상 사망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현장 구급대원들에게 약물 사용 권한을 준다면 소생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스마트 의료지도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시행해 근거 자료를 축적한 다음 보건복지부에 응급의료법 개정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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