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원내 야 3당이 가습기살균제·법조비리·대한민국어버이연합·백남기(69)씨 사건에 대한 청문회에 합의하는 등 20대 국회 초반부터 '공조 포문'을 열었다. 여소야대(與小野大) 국면에서 개원 직후 '5공청문회'를 밀어붙였던 13대 국회(1988)가 재현되고 있는 형국이다.
헌정사상 첫 여소야대를 이룬 13대 국회에서 야당(평화민주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은 1988년 개원 이후 '5공비리특별위원회'를 구성, 제5공화국 시기에 벌어졌던 각종 민주화운동·비리·의혹에 대한 사상 최초의 청문회를 개최했다.
20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이 이룬 공조체제의 여러 객관적 조건들도 1988년과 유사하다. 야 3당의 공조는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원구성 문제, '임을 위한 행진곡'과 상시청문회법(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싼 청와대와의 갈등을 둔 대여(對與) 압박용 카드인 측면도 있지만, 세월호특별법 개정·어버이연합 의혹·백씨 사건 등 정권차원에서 부담스러운 의제들을 다룬 다는 점에서 달라진 야권의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야권이 일제히 포문을 열면서 20대 총선 직후 형성됐던 '협치' 무드에는 급격히 먹구름이 끼고 있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야권이 청문회·특별법 공조로 선명성·주도권 경쟁을 시작하면서다. 박완주 더민주 원내수석부대표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법안, 예산 등에 대해 협치는 가능하지만, 그렇다고 현안 문제를 덮을 순 없다. 그게 (덮는 것이) 4·13 총선의 민심인가"라며 "여소야대가 됐다는 것을 저쪽(정부·여당)에서 빨리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13대 국회에서도 거대 야당의 협조가 절실했던 노태우 전 대통령과 여당이 각종 리스크에도 5공청문회에 동조했듯, 정부·여당 역시 민생현안으로 떠오른 가습기 살균제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협조 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