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수순을 밟게된 STX조선해양 역시 조선업 호황이 영원하리라 믿었던 강덕수 회장의 판단이 실패하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당장의 성과에만 급급한 저가수주도 화근이 됐다. 경영진은 중국 조선사들과의 수주전에서 앞서기 위해 내부 견적 보다 낮은 가격에 선박을 수주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묵인 또는 지시했다. 단기자금 융통을 위해 낮은 가격에라도 일감을 확보하려 한 것이다. 저가 수주된 배들은 건조 과정에서 더 큰 비용지출로 돌아와 결국 제 살을 갉아먹었다.
대형 조선사도 다르지 않았다. 산업은행을 대주주로 둔 대우조선해양은 15년째 주인 없는 상태로 사실상 방치됐다. 경영진 인사가 정부와 정치권 입김에 좌우되다보니 경영진은 회사의 생존 보다는 본인 자리 지키기에 급급했다. 수주의 질보다는 양에 치중했고, 손실은 최대한 숨기려 했다. 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의 경영진도 무책임하다는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중국의 추격, 상선 수주 감소 등 위기 시그널이 여러차례 있었지만 선제적 구조조정 없이 안일하게 대응, 현재의 위기를 자초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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