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석밥이 태어난 지 올해로 20년이 됐다. 론칭 초기에는 집에 밥이 떨어졌을 때 '비상용'에 불과하던 즉석밥이 이제는 '집밥'을 대신하는 시대가 됐다. 즉석밥이 인기를 끈 첫째 이유는 무엇보다 '간편함'이다. 전자레인지에 간편하게 돌려 먹을 수 있는 데다 상온 보관이 가능하고, 유통기한이 길다는 점을 들 수 있다. 1~2인 가구가 급성장하고 맞벌이 부부가 증가함에 따라 '간편함'은 즉석밥의 최대 매력으로 떠올랐다.
즉석밥 시장의 왕좌를 지키던 흰쌀밥이 흑미밥, 현미밥 등 잡곡밥의 도전을 받은 지 오래됐다. 첨가물이 없는 것은 기본, 렌틸콩밥, 퀴노아밥 등 '수퍼푸드'가 차별화 요인으로 등장하고, 더 나아가 특별한 농법으로 지은 쌀이거나 압력밥솥 원리로 지은 찰진 밥도 등장했다. 집에서 엄마조차도 안 해줄 건강식이다. 이쯤 되면 바쁜 일상에 쫓기는 엄마를 대신해서 엄마의 정성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엄마표 집밥을 2분 만에 전자레인지에 간단히 돌려서 먹을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원산지까지 꼼꼼히 따지는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국내산 쌀로 지은 즉석밥도 많아지고 있다. 계약재배 등을 통해 국내산 쌀을 활용한 즉석밥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소비자에겐 원재료에 대한 만족을, 농부에겐 쌀 수급을 활성화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업체와 농민이 계약재배를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적 지원을 적극 해준다면 농업의 위기로 불리는 쌀 소비 하락세에 대한 상생의 방안이 될 수 있고, 쌀 소비 촉진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는 밥을 짓는 과정도 번거로울 뿐 아니라 반찬 만드는 데 많은 노력과 시간이 소요되는 한식의 번거로움에서 벗어나는 대안의 식생활로 떠오르고 있다. 나물밥류는 아직 즉석밥 시장에서 매출 비중은 낮은 편이지만 웰빙 추구형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주목 받고 있다. 나물 손질이나 밥 짓기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건강식을 찾을 때 주로 이들 나물밥을 선택한다. 바야흐로 밥 하나로 반찬까지 해결되는 '자연친화적인 일품요리 건강즉석밥'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윤영학 (주)로가닉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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