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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블루오션'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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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경쟁자가 없는 전혀 새로운 시장창출. 경쟁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전략"

2005년 국내외에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블루오션전략'(김위찬·르네 마보안 지음)의 키워드다. 저자는 모든 기업이 무한경쟁, 과당경쟁이라는 레드오션(red ocean)에 빠져 있을 때 제품과 가격, 전략, 타깃시장 등에서의 차별화와 비용우위(경쟁자가 따라가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수반돼 이를 포기하도록 하는 전략)를 통해서 블루오션(blue ocean)을 항해하라고 조언했다.
기업과 금융기관, 공공기관, 정부와 국회는 물론이고 일반 개인에도 블루오션은 미래생존과 성장을 위한 금과옥조로 여겨졌다. 거의 모든 이들의 입에서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부상한 ○○○에 진출하겠다'는 말이 나왔다.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고 내수시장의 한계를 절감하던 기업들로서는 블루오션은 기존 사업의 역량강화와 신사업진출, 중국 인도 아프리카 등 미개척시장 공략에서 전가의 보도가 됐다. 하지만 블루오션신드롬 이후 10년이 지난 현재 우리 산업에서 블루오션을 개척했다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지금 조선업계의 저주가 된 해양플랜트, 참담한 결과로 남은 통신업계의 와이브로와 DMB, 인터넷전화, 한계만 확인된 금융기관의 해외진출도 모두 당시의 블루오션전략이었다.

반대로 당시나 지금이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가전, 컴퓨터 등은 레드오션의 대표적 산업이지만 삼성과 LG전자는 기술의 차별화와 투자의 비용우위에서 앞서나가면서 레드오션에서의 승자가 되고 있다.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조선,철강 등 우리 주력산업은 모두 레드오션에 빠져 있다. 이런 사정은 우리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제조업도 마찬가지다. 블루오션에서 간과된 것인 중국의 부상이었다.

스마트폰의 샤오미와 가전의 화웨이를 보면 중국은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무기로 기술이나 제품의 차별화는 포기하는 대신에 가격에서 확실한 차별화에 성공하면서 모든 블루오션 시장을 중국 중심으로 레드오션화하고 있다.

한중일 3개국을 놓고 본다면 일본은 아직도 한국과 중국에 앞선 기술력을 갖고 있고 중국은, 가격에서는 한국과 일본에 절대우위를, 기술은 초근접수준으로 따라오거나 추월하기도 했다. 더구나 중국과 일본은 미래 블루오션이라는 제 4차 산업혁명(드론, 로봇, 바이오, 인공지능)에서도 속도를 내고 있다. 블루오션이라는 단어는 한때의 유행어가 됐지만 '블루오션전략'이라는 이론이 잘못됐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블루오션이든 어떤 새로운 경영이론이든 경영의 기본이 없는 전략은 모래성이다.

현대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1909∼2005)는 "절대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을 효율적으로 하는 것만큼 쓸데없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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