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은 장수에도 영향을 미친다. 시차 여행을 많이 한 사람이나 교대 근무자들의 수명이 짧다는 사실은 생체 리듬과 수면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성장기 아이들은 전체 수면 시간 중 꿈 수면의 시간이 길고 수면 깊이도 깊다. 그래서 아이들은 '누가 업어 가도 모르게' 깊은 잠을 잘 수 있지만 30대부터는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서 전체 수면 시간도 짧아지기 시작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잠의 깊이도 얕아지고 자주 깨게 되는데 이런 현상은 노화 과정의 하나인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잠들기가 힘들어지고 깊은 잠을 자지 못하는 것은 뇌의 송과선에서 분비되는 멜라토닌 분비 감소와 관련이 있다. 이 호르몬은 생체 주기와 수면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밤이 되면 졸린 것도 이 호르몬 분비가 많아져서 그런 것이며, 시차가 있는 외국 여행을 갔을 때 밤이 되어도 졸리지 않는 것도 아직 신체가 적응이 되지 않아(한국에서는 낮이므로) 멜라토닌이 분비되지 않아서 그런 것이다. 따라서 노화로 인한 불면증에는 멜라토닌이 큰 도움이 된다.
그러면 언제 자고 언제 일어나는 것이 가장 좋은가? 가장 좋은 것은 9~10시에 잠이 들어 5~6시에 일어나는 것이다. 사실 도시 사람들이 9시나 10시에 잠자리에 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어쩌랴! 우리 생체시계는 아직도 농경시대에 맞추어져 있는 것을! 몇 천 년 동안 해가 지면 집에 들어와 밥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고 해가 뜨면 일어나 밭에 나가 일하는 생활 습관에 맞추어진 생체시계가 고작 100년도 안 된 도시 생활에 맞춰 아직 바뀌지 않은 것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하는 이유 즉, 해가 지면 잠을 자고 해가 뜨면 일어나야 하는 이유는 호르몬 때문이다.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는 빛에 의해 조절되는데 어두워지는 저녁 무렵부터 분비되기 시작하여 수면을 유발하고 해가 뜨는 새벽녘에 감소한다. 생체 리듬을 조절하는 멜라토닌의 지시에 따르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건강한 수면 방법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일찍 자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노화방지호르몬인 성장호르몬이 밤 12시 전후에 왕성하게 분비되는데 이때 깊은 잠이 들어 있어야 분비가 제대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9시에 잠이 들기는 어렵더라도 11시를 넘기지는 말도록 노력해보자.
권용욱 AG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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