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하면 잘 팔린다" 공식 깨져
가격 할인행사에도 매출 급감
대형마트 신규발주 전면중단
홈쇼핑·소셜커머스까지 동참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국민적 공분을 산 옥시레킷벤키저가 제품 가격 할인을 통해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소비자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했다. 부도덕한 기업의 제품을 불매운동하는 윤리소비 대신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싸면 그만'이라는 합리적 소비 트렌드가 깨진 것이다. '싸면 잘팔린다' 공식도 소비자의 건강과 직결되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 보통 소비자들은 윤리적 가치판단보다 기회비용을 고려해 편익이 많은 소비에 무게를 둔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회사 제품이라도 할인 마케팅을 강하게 걸면 매출은 상승하는게 이 때문이다.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등으로 검찰 압수수색까지 당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보다 5.8% 늘어난 2조8185억원을 기록했다. 성장률은 감소했지만 각종 할인행사를 통해 매출 감소세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옥시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관련 매출은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마트ㆍ롯데마트는 옥시 전 제품에 대한 신규 발주를 중단했다. 남아있는 재고 물량은 판매를 계속할 방침이지만 판촉행사 등은 하지 않기로 했다. 이마트의 경우, 옥시 제품의 진열 공간이 절반으로 줄었다. 롯데마트는 눈에서 잘 보이는 매대에서 옥시 제품을 철수시켰다. 홈플러스도 발주를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들의 옥시제품 재고 물량은 한두달치 남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신규 발주를 하지 않는다면, 이르면 두 달 후부터는 옥시 제품이 마트에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제조기업 처벌을 위해 옥시 제품 불매운동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을 포함한 26개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오후 1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옥시 제품 불매' 집중 행동을 선언했다. 환경, 종교, 소비자 등 각계의 50여개의 단체와 100여명의 개인들이 참석해 10일부터 7일간 옥시 제품 불매 기간으로 정하고 책임 인정과 한국 영업 활동 중단, 진상규명ㆍ피해자 배상 조치 등을 요구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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