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대안찾기'의 저자 정대영 전 한국은행 금융안정국장은 이처럼 거시경제의 주요 통계를 입체적으로 보는 방법을 소개한다. 거시경제는 방대하다. 복잡하고 난해하다. 통계숫자 하나가 함의하는 것도 단순하지 않다. 해석은 다양해질 수 있다. 다양한 변수와 한국적 경제상황을 감안해 볼 줄 아는 혜안이 필요하다.
민간소비 부족은 영세자영업자의 매출감소와 직결된다. 경기 진폭이 커진다는 문제도 있다. 소비는 개인생활과 밀접해 경기변동에 따른 오르막내리막이 크지 않다. 소비부진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도 하다.
저자는 1장 '한국경제의 흐름과 구조 이해하기' 편에서 국민소득 통계를 읽는 법을 많은 분량을 할애해 설명한다. 경제분석의 출발점은 생산과 분배 지출에 대한 이해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생산, 분배 지출의 순환과정이 커지는 것이 '성장'이다. 성장에 질적인 변화가 더해지면 '발전'이 이뤄진다.
국민소득을 알기 쉽게 설명한 대목도 인상적이다. 농부가 밀농사를 지었다. 밀가루회사에 100만원을 받으면 농부가 창출한 부가가치는 100만원이다. 밀가루 회사가 이 밀로 밀가루를 만들어 빵회사에 150만원을 받고 판다. 밀가루 회사의 부가가치는 50만원이다. 빵회사가 크림빵을 만들어 230만원에 판다. 빵 회사의 부가가치는 80만원이다. 이 과정의 총 부가가치는 230만원이다. 하지만 현실경제는 더 복잡하다. 종자, 비료, 농약 등 중간투입물이 들어간다. 설탕, 버터, 팥 등 중간재도 계산해야한다. 이를 빼야 실제 부가가치가 나온다. 자동차 공장, 휴대폰 회사의 부가가치는 이보다 더 방대하고 복잡할 것이다. 이 때문에 국민소득은 통계를 '집계'한다고 하지 않고 '추계'한다고 말한다.
경제위기를 4가지로 나눠 설명한 부분도 눈에 띈다. ▲인플레이션위기 ▲재정위기 ▲은행위기 ▲외환위기다. 이 중 재정위기는 발생빈도가 잦았다. 프랑스는 1558년부터 1812년 사이에 9회, 스페인은 1557년부터 1882년 사이에 14회 국가부도를 겪었다. 중남미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동유럽에서도 2000년 초까지 외채위기 형태로 재정위기가 계속 일어났다.
하지만 1800년 후반 이후 국가빚이 늘어나도 국채를 중앙은행에 인수시키게 했다. 발권력을 동원한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것이 과해지면 화폐 남발과 인플레이션을 일으킨다고 설명한다. 국가부도는 그 부채를 소유한 채무자에게 손해를 한정시키지만 그렇다고 국가부채를 발권력을 통해 해결하기 시작하면 인플레이션이 일어나 광범위한 대상이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에선 가계부채 과잉이 은행 부실화로 이어져 은행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주택시장이 경착륙하면 많은 금융기관이 동시에 부실화돼 은행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저자는 1978년부터 2012년까지 34년간 한국은행에서 근무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분석국장, 프랑크푸르트사무소장,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등을 두루 지낸 '한은맨'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거시경제를 초보자도 읽기 쉽게 저술해 경제의 큰 밑그림을 그리게 도와주는데서 저자의 내공과 세심함이 드러난다. 그는 머릿말에서 "한국경제의 여러 문제를 나열하기보다는 문제의 문제, 문제의 뿌리가 무엇인지를 알아보는데 집중했다"며 "이 책을 통해 한국경제의 구조를 바꿀 수 있는 건설적인 정책대안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졌으면 한다"고 썼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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