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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년전 오늘, 마드리드 학살의 총구를 막아선 붓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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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그사람 - 역사적인 살육 참상을 그린 고야 '1808년 5월 3일' 들여다보니

프란시스코 고야 '1808년 5월 3일' (스페인 프라도미술관)

프란시스코 고야 '1808년 5월 3일' (스페인 프라도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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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스페인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이 찾는 박물관인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에는 스페인 사람이라면 한참을 서있게 하는 작품이 있다. 스페인 역사의 상흔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프란시스코 고야의 '1808년 5월 3일'이다. 가로 347cm, 세로 268cm의 이 대작은 총구 앞에서도 두 팔 뻗어 자유를 갈망하는 스페인 민중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1808년 5월 3일, 마드리드의 프린시페 피오 언덕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그날 프린시페 피오 언덕의 처형은 고야의 그림이 아니었다면 기억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 당시 프랑스의 나폴레옹은 스페인을 점령해 자신의 형제인 조제프 보나파르트를 왕위에 앉혔다. 마드리드에서는 이에 반대하는 시위가 계속됐고 프랑스군은 무력으로 진압했다. 400여명이 체포돼 목숨을 잃었는데 5월 3일 이 언덕에서 44명이 처형됐다고 한다. 고야가 이 그림을 그린 것은 1814년이었다. 그는 '1808년 5월 2일'과 이 작품을 연작으로 그렸다. 5월 2일은 마드리드 시민들이 프랑스 군대에 대항에 일으킨 시위를 그렸고 5월 3일은 여기에 가담한 사람들의 처형 장면을 담았다.
처형 장면을 보면 총을 겨눈 프랑스군과 총살을 앞둔 피해자들이 대치하고 있다. 새벽녘 처형을 당하기 직전의 인물과 그를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의 절망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이 학살극의 처절함을 극명하게 전달하고 있다. 특히 총구 앞에서 두 팔을 높이 쳐들고 있는 남자가 눈길을 끈다. 흰색 옷과 노란색 바지는 어둡게 묘사된 프랑스군에 비해 밝게 빛난다. 유심히 보면 이 남자의 하반신이 예사롭지 않다. 서 있다고 하기에는 다리가 이상하게 짧고 무릎을 꿇었다고 보면 주변 사람들에 비해 키가 너무 크다. 고야는 그의 체구를 부풀려 신성하고 희생적인 존재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고야가 이 작품을 통해 전한 전쟁의 참상과 인간의 잔혹함은 다른 작품에도 영향을 줬다. 에두아르 마네의 '막시밀리안 황제의 처형'이 대표적이다. 마네는 '1808년 5월 3일'의 구도를 빌려 이 그림을 그렸다. 역시 실제 사건을 소재로 삼은 것이다. 프랑스는 1864년 멕시코를 점령했고 젊은 막시밀리안 대공을 황제로 세웠다. 하지만 내전이 지속되면서 프랑스군은 철군했고 남은 막시밀리안 황제는 1867년 두 명의 장군과 함께 총살됐다고 한다.

'1808년 5월 3일'의 영향은 우리의 역사와도 무관하지 않다. 파블로 피카소는 한국전쟁 중인 1951년 '1808년 5월 3일'의 구도를 빌려 '한국에서의 학살'을 그렸다. 피카소는 한국전쟁에 대한 보도를 접하고 이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이 작품은 1950년 황해도 신천군에서 일어난 민간인 학살을 다룬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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