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디딜틈 없는 명동·면세점·백화점
[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여기! 빨리 계산 좀 해주세요!"
1일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9~11층에 위치한 롯데면세점 계산대에는 중국인 관광객(요우커) 30여명이 결제를 위해 한꺼번에 몰리면서 인산인해를 이뤘다. 설화수 계산대에는 추가 계산대를 포함해 5~6명의 인력이 투입됐는데도 손이 모자른듯 직원들끼리 분주한 사인을 주고받았다. 제품 재고박스는 매장 곳곳에 성인 남성 키를 웃도는 높이로 쌓였다. 설화수 관계자는 "계산하기 위해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 지 예측하기도 힘들다"고 혀를 내둘렀다.
명동의 신발 브랜드 레스모아는 키다리 홍보인력을 투입해 요우커들에게 풍선과 전단지를 나눠주며 매장으로 발걸음 하게 했다. 매장 곳곳에도 중국어로 된 홍보 전단을 걸었다. 메르스 이전 호황을 누리던 옛 명동거리로 돌아가는 모습이다.
백화점들은 한류 드라마 인기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었다. 롯데백화점 본점 6층의 에스컬레이터 정면에는 코오롱스포츠 팝업스토어가 마련됐다. 팝업스토어 벽면에 '태양의 후예'로 국내외에서 인기몰이 중인 배우 송중기 사진이 걸렸다. 코오롱스포츠 관계자는 "구매고객의 90%가 중국인이라 노동절을 맞아 팝업스토어를 마련했다"면서 "8만8000원짜리 빨간색 와이셔츠 등 요우커만을 위한 상품도 준비했다"고 말했다. 8과 빨간색은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숫자와 색상이다.
이처럼 드라마의 인기까지 더해져 중국 노동절 기간 백화점 3사 매출은 전년비 대폭 신장했다. 롯데백화점은 전년동기대비 61.5%(4월29일~5월1일) 신장했고, 현대백화점은 99.7%, 신세계백화점은 58.1%씩 늘었다.
재래시장도 노동절 특수로 꿈틀댔다. 남대문시장 신발 매장 상인은 "노동절 특수라도 있어야 먹고 산다"며 "방문객수가 평소보다 40%정도 증가한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또 다른 상인도 "여행가방에 김, 인삼, 홍삼 등을 담는 일본인, 중국인 관광객 모습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고 평했다.
반면 사후면세점은 희비가 갈렸다. 부가세 즉시환급제를 시행 중인 두타몰에서는 이날 외국인 관광객들이 현장에서 세금을 제외한 가격에 물건을 바로 구입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3만~20만원 미만(인당 100만원 한도) 물품을 구매하면 세금을 뺀 가격에 제품을 살 수 있다. 세금환급을 위해 길게 줄서서 기다릴 필요가 없게 된 것. 창구 관계자는 "부가세 즉시 환급제를 시행해서 창구를 찾는 고객들이 작년 이맘때와 비교하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줄었다"고 말했다.
반면 기업형 사후면세사업과 로드숍들은 아직 자리잡지 못한 모습이다. 이날 연희동에 위치한 한 사후면세점 주차장에는 관광버스가 한 대도 주차돼 있지 않았다. 국내 최대 규모 사후면세점이라고 홍보한 예스 에이피엠도 사정은 마찬가지. 아직 브랜드 입점도 완료하지 못한 모습이다. 홍대 인근에 있는 화장품 로드숍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방문객들은 늘었지만 실제 구매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한 화장품 로드숍 관계자는 "사후면세점 운영 이후 방문객수는 1.5배가량 증가했지만 실제 구매는 많이 안 한다"고 덧붙였다.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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