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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예루살렘'의 꼬마 리야드 마레즈, EPL우승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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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야드 마레즈[사진=리야드 마레즈 인스타그램]

리야드 마레즈[사진=리야드 마레즈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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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동훈 수습기자] "내 고향은 위험한 '게토(특정 인종이나 종교집단을 외부와 격리시켜 살도록 한 거주지역)'였다”

영국프로축구 레스터시티의 리야드 마레즈(25)는 자신의 고향 프랑스 사르셀레스를 이렇게 표현했다. 마레즈는 영국에서 뛰는 축구 선수들이 직접 뽑은 올해의 선수다. '드록신'이라 불리는 디디에 드로그바(36·몬트리올 임팩트)도 이 상을 받지 못했다. 아프리카 국적을 가진 선수(마레즈는 알제리 국가대표)로는 첫 수상이다. 그가 축구선수로서 꿈을 키웠던 곳은 '게토' 사르셀레스의 뒷골목이었다.
'작은 예루살렘' 사르셀레스

2014년 7월 21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에 분노한 이들이 사르셀레스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유로뉴스 동영상 캡쳐]

2014년 7월 21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에 분노한 이들이 사르셀레스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유로뉴스 동영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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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시내에서 차로 30분 가량 떨어진 사르셀레스는 프랑스에서 '작은 예루살렘'으로 불린다. 유대인과 무슬림의 갈등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아프리카 북서부에 있던 유대인들이 대거 이 지역으로 이민왔고 1960~70년대는 알제리 전쟁을 피해 이슬람교를 믿는 마그레비언(알제리·모로코 등 아프리카 북서부 지역 사람들)이 사르셀레스에 터를 잡았다. 이후 이 지역은 둘로 갈라져 첨예하게 갈등해왔다. 마레즈의 아버지 아흐메드는 1970년대 알제리에서 프랑스로 이민왔고 모로코 사람인 마레즈의 어머니 살리아를 만나 결혼했다.

반달리즘(Vandalism·공공시설의 파괴, 방화 등의 도시범죄)은 사르셀레스의 골칫거리다. 특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군사적 충돌은 사르셀레스의 폭력과 갈등으로 이어진다.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를 공격하면 사르셀레스에서는 이스라엘 국기를 태우고 유대교 회당에 화염병을 던지는 등의 시위가 일어난다. 2014년 7월에도 무슬림 시위대가 유대인들이 운영하는 상점을 약탈하고 차에 불을 지르는 일이 있었다.
깡말랐던 사르셀레스의 꼬마



마레즈는 이런 사르셀레스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마레즈가 뛰었던 AAS 사르셀레스의 코치 모하메드 쿨리발리는 "사르셀레스는 종교간 갈등 외에도 프랑스에서 가장 가난한 도시 중 하나다. 절도와 방화 등 범죄에 시달리고 이주노동자들의 자녀는 어렸을 때부터 공장에서 일하기도 한다. 마레즈는 축구를 하며 이 도시의 폭력에서 벗어났다. 언제나 축구공과 함께 했고 즐거워했다"고 말했다.

마레즈는 스스로 "길거리 축구선수였다"라고 얘기한다. 마레즈는 사르셀레스의 좁은 골목길에서 자신의 장기인 드리블을 익혔다. 그는 "친구들과 새벽 4시에도 골목에서 축구를 했다. 끼니를 거르거나 잠을 줄이는 날도 많았다. 어머니는 끼니를 거른 나를 위해 항상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식탁에 뒀다"고 했다. 끼니를 자주 걸렀던 마레즈는 깡마른 체격탓에 코치들로부터 "프로선수가 되긴 힘들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마레즈는 골목에서 자유롭게 축구했던 자신의 방식이 프리미어리그 1위인 소속팀에도 긍정적 영향을 줬다고 믿는다. 마레즈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은골로 캉테나 제이미 바디처럼 나도 엘리트 코스를 밟아 프로축구선수가 되지 않았다. 만약 내가 축구아카데미에만 있었다면 매일 오전 9시에 운동장에 나와 '이거 해! 저거 해!'라는 말만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자유롭게 축구를 배웠고 해왔다. 나는 이런 방식이 '무엇인가 다른 것'을 팀에 가져온다고 믿는다. 우리팀은 좋은 조화를 보여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마레즈의 소속팀 레스터 시티는 다음달 1일 맨체스터유나이티드와의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우승을 확정지으려 한다. 사르셀레스의 마른 꼬마가 꿈을 이루는 날일지도 모른다.



정동훈 수습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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