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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AP통신, 형제복지원 사건 11쪽에 걸쳐 보도…“한국정부, 조직적으로 은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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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04. 19. AP통신 보도. "한국이 부랑아들의 집단적 학대와 살인을 은폐하다(S. Korea covered up mass abuse, killings of 'vagrants')"  사진=AP통신 캡처

2016. 04. 19. AP통신 보도. "한국이 부랑아들의 집단적 학대와 살인을 은폐하다(S. Korea covered up mass abuse, killings of 'vagrants')" 사진=AP통신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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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재원 인턴기자] “검은색 교복을 입은 14세 소년은 운동화 끝을 내려다보며 서 있었다. 경찰관이 빵 한 쪽을 훔치지 않았느냐며 추궁해오자 가슴이 쿵쾅거렸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최승우 씨는 이후 일어난 일들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쏟아낸다. 경찰관은 소년의 바지를 끌어내리고 성기 부근에서 라이터를 껐다 켰다 했고, 결국 소년은 짓지도 않은 죄를 실토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곤봉을 든 두 남자가 소년을 끌고 간 곳은 산속에 위치한 형제복지원. 현대 한국의 가장 끔찍한 인권 유린 사태 가운데 하나가 벌어졌던 곳이다.”

AP통신이 1970년~1980년대 ‘한국판 아우슈비츠’로 불리는 부산 형제복지원 인권 유린 사건을 지난 19일 11쪽에 걸쳐 보도한 것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상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AP통신은 이날 “한국이 부랑아들의 집단적 학대와 살인을 은폐하다(S. Korea covered up mass abuse, killings of 'vagrants')“ 라는 제목으로 “형제복지원에서의 인권 학대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잔인하고 널리 퍼져 있었다”고 피해자 최승우 씨 등 관련자 인터뷰와 사건 당시 피해자들의 육성, 관련 문서 분석 등을 종합해 보도했다.

형제복지원은 부산의 국내 최대 규모의 부랑인 강제 수용시설로, 1965년 장애인 요양원 설치 운영을 목적으로 허가(사회복지법인)를 받아 설립됐다. 이후 1975년 내무부훈령 제410호를 근거로 사람들을 강제 수용하게 된다. 이와 함께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을 앞두고 정부가 대대적으로 부랑인 단속에 나서면서 악명을 떨치기 시작했다.

그러다 1987년 3월22일 직원의 구타로 1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는데, 이때 원생 35명이 형제복지원을 탈출하면서 내부의 인권 유린이 세상에 알려졌다. 성폭행, 강제노역, 구타 등 각종 인권 유린이 자행돼 이곳에서만 513명이 숨졌고, 감금된 사람은 3500여명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AP통신은 “당시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위해 대대적인 거리 청소가 자행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18년 두 번째 올림픽(평창 동계올림픽)을 치르는 와중에도 한국정부의 과거에 대한 진상규명과 반성이 부족하다”고 풀이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2014년이 돼서야 진상규명 특별법이 발의되었고, 현재까지도 계류 중이다.

아울러 “정부 고위층에서의 조직적인 은폐로 인해 지금까지 형제복지원에서 자행된 성폭행과 살인에 대해 누구도 처벌받지 않고 있다”면서 “현 정부도 증거가 너무 오래됐다는 점을 들어 야당의 조사 요구를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수천 명의 피해자들은 여전히 보상은커녕 사과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 생존자들은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특별법을 촉구했다.



김재원 인턴기자 iamjaewon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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