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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푸드의 비명]'웰빙'에 고개 숙인 햄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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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고도성장기에 함께 성장한 패스트푸드…햄버거 '불패'도 옛말
롯데리아, 사업 9년만에 역신장…당기순손실 570억원
맥도날드, 한국 사업 철수설·매각설 등 휩싸여…글로벌 본사도 실적 하락세

[패스트푸드의 비명]'웰빙'에 고개 숙인 햄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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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국내 햄버거업체들이 고전을 겪고 있다. 햄버거세트 열량이 대부분 500㎉를 뛰어넘는 고열량인데다 여전히 '정크푸드'라는 인식 때문에 '건강한 먹거리'를 추구하는 요즘 외식 트렌드와는 대치되기 때문이다.

패스트푸드라는 이름에 맞게 바쁜 현대인들이 빨리 한끼 때울 수 있어 즐겨 찾곤 했지만, 최근 이 수요는 편의점 삼각김밥, 도시락, 샌드위치 등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게다가 가정간편식(HMR)이 확대되고 배달이 보편화되면서 패스트푸드에 대한 수요는 줄고 있다. 이에 햄버거 '불패'라는 말도 옛 말이 됐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리아는 사업 9년만에 처음으로 실적이 꺾였다. 롯데리아는 지난해 국내 매출액이 9061억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2.7%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134억원으로 67.8% 줄었다. 당기순손실은 572억원으로 집계됐다. 2006년 이후 처음으로 매출이 역신장한 것이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중동호흡기질환(MERS·메르스)과 외식업계 경쟁심화로 매출액이 소폭 줄었고 사업 다각화를 위한 신규투자와 광고판촉비 증가 등으로 영업이익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롯데리아는 차별화된 신제품과 가격경쟁력을 통해 전환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 '모짜렐라 인 더 버거'를 선보여 치즈맛 햄버거에 대한 이슈를 선점했으며, 올해에는 짬뽕맛 버거 '마짬버거'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궜다. 가격 인상도 최대한 자제했다. 맥도날드와 달리 한우값 인상에 따른 한우 버거만 올렸을 뿐 커피가격과 치즈버거는 오히려 가격을 내렸다.
경쟁사인 맥도날드도 먹구름이 끼기는 마찬가지다. 일각에서는 맥도날드 한국 철수설, 매각설까지 나오고 있다. '전략적 파트너'를 찾는다는 본사 발표가 불을 당겼다. 한국맥도날드 측은 철수설과 관련해 "확인된 바 없는 사실무근"이라고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전혀 뜬구름 잡는 얘기만은 아니다.

한국맥도날드는 2014년 매출이 전년 4805억원에서 5652억원으로 늘었지만 같은기간 당기순이익은 309억원에서 41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글로벌 본사도 하락세를 걷기는 마찬가지다. 맥도날드의 전체 매출은 전년대비 7%이상 줄었을 것으로 예상되며 아시아 지역 매출액은 10%가량 감소한 61억7000만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장 수도 1970년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지난해 초에는 실적악화에 시달리는 전 세계 700여 개의 맥도날드 매장이 장사를 접기도 했다. 이에 맥도날드는 현재 80%인 프랜차이즈 비중을 95%까지 끌어올릴 계획을 갖고 있다.

이같은 맥락에서 한국맥도날드도 마스터프랜차이즈 전환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 마스터프랜차이즈는 제3자에게 사업권을 제공하고 로열티를 받는 계약 방식으로, 가맹점 확대에 속도를 낼 수 있다. 매장 수를 늘리는 데에는 유리하지만 본사가 직접 운영하던 기존 방식에서는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발을 뺀다고 해석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한국맥도날드 관계자는 "합작법인이나 마스터프랜차이즈 방식 모두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정해진 건 없다"고 말했다.

햄버거 업계에 먹구름이 낀 것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버거킹과 KFC가 사모펀드로 넘어갈 때부터 국내 외식업계에서는 패스트푸드 시장 전망을 어둡게 봤다. 90년대 경제가 고속성장하던 시대에 '싸고 간편하게, 빨리' 먹을 수 있었던 패스트푸드가 최근의 '가치소비'와 '작은사치' 등으로 함축되는 시대에서는 신장세가 예전같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햄버거 업계에서는 새로운 돌팔구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2월 외국계 사모펀드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에 2100억원에 팔린 버거킹코리아는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매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230여개의 매장을 운영 중인 버거킹은 5년 내 500호점을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맥도날드는 수제버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시그니처버거' 판매 매장을 점차 확대할 예정이며 롯데리아는 차별화된 메뉴 개발에 나서고 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워낙 먹거리가 다양해진데다 웰빙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다시 형성되고 있다보니 기존처럼 햄버거 시장이 크게 신장하기에는 한계가 왔다"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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