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렉서스냐 페이톤이냐.
현대차 제네시스에 앞서 프리미엄 브랜드의 독립을 시도한 사례는 도요타의 렉서스와 폭스바겐의 페이톤이 대표적이다. 이 중에서 렉서스는 성공한 브랜드로 평가받는 반면 페이톤은 실패한 이름으로 거론되고 있다. 현대차의 제네시스가 어느 브랜드의 길을 따라 걸을지 시장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폭스바겐의 럭셔리 세단 페이톤은 실패작이 됐다. 페르디난드 피에히 전 폭스바겐그룹 회장의 지시로 1조3000억원을 들여 개발돼 2002년 등장했지만 올초 생산 중단이 결정됐다. 앞서 미국에서는 2006년 철수를 선언했다가 2014년 재진출했지만 지난해 11월 다시 판매를 중단했다. 연간 글로벌 판매량은 4000대 수준에 그쳤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3.0 TDi모델이 129대 판매됐지만 반향은 미미했다.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는 일단 시장 안착에 성공한 모습이다. 브랜드가치 평가회사인 '브랜드스탁'이 발표한 올해 1분기 100대 브랜드에서 제네시스는 전체 46위로 신규 진입하며 향후 순위 판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그동안 100위권에 한번도 들지 못했지만 독립 후 단숨에 큰 성장 궤도를 보인 셈이다.
제네시스가 렉서스와 페이톤의 중간 노선을 선택한 만큼 그에 맞는 '가격과 성능'에서의 우위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에 진출하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번째 차인 G90는 '프리미엄 럭셔리 세단' 차급에서 고급차 브랜드들의 플래그십 모델과 경쟁한다.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아우디 A8, 렉서스 LS, 재규어 XJ 등이 대표적이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제네시스가 이들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초기 반응을 끌어올릴 수 있는 가격과 성능 부문을 공략해야 한다는 얘기다.
현대차 관계자는 "25년이 넘은 렉서스의 전통을 감안하면 제네시스의 초기 진입은 쉽지 않을 수 있지만 그동안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쌓은 기술력과 주행 성능으로 부담감을 털어낼 것"이라며 "기술과 마케팅에서의 경쟁력은 충분한 만큼 제네시스 브랜드를 안착시키기 위한 전략을 꾸려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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