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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뒤통수 때린 '옥새 탈주극'…김무성作 '與난리블루스' 역사 캐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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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부름? 추미애 참고? … 조선왕조에도 '직인 잔혹사'

朴뒤통수 때린 '옥새 탈주극'…김무성作 '與난리블루스' 역사 캐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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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가 김무성이라면 항의 시늉에 그치는 게 아니라 대표 직인 들고 최소 1주일 사라진다. 대표 직인 없으면 공천장 발부가 불가능하다"고 썼다. 김 대표가 16일 공개적으로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의 단수추천과 우선추천 결과에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 나름의 조언을 한 것이다. 조 교수의 '예언'은 일주일 만에 현실이 됐다. 김 대표는 대표 직인을 들고 남쪽으로 튀었고 '옥새(玉璽)'를 잃은 새누리당은 아수라장이 됐다.

조 교수의 꿀팁이 없었어도 김 대표가 참고할 수 있는 옥새를 들고 튄 사례는 꽤 많았다. 모범은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가 보여줬다. 이복형제와 개국공신들을 죽이고 왕위를 차지한 이방원에 분노한 이성계가 옥새를 들고 궁을 떠나 함흥에 머물렀고, 아버지로부터 왕위 계승의 정당성과 정통성을 인정받지 못한 이방원은 옥새를 얻기 위해 차사를 보냈다. 이성계는 차사가 오는 족족 죽였다. 한 번 가면 소식이 없는 사람을 일컫는 '함흥차사'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우여곡절 끝에 도성으로 돌아온 이성계는 멀리서 아들을 보자 바로 활을 쐈지만 이방원은 큰 기둥 뒤에 몸을 숨겨 목숨을 건졌다. 이후 이성계는 탄식하며 옥새를 넘겨줬다고 한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없는 야사로 야담집 '축수편'에 실린 이야기다.
야사일지라도 조선의 왕들이 옥새에 얼마나 집착했는지 알 수 있다. 김성호의 '옥새, 숨겨진 역사를 말하다'라는 책에서는 이에 대해 "다음 임금에게 왕위를 계승할 때 징표로 옥새를 전달했으며 임금이 행차할 때도 권위를 과시하기 위해 행렬의 앞에서 옥새를 봉송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렇게 옥새를 권위와 정통성의 상징으로 받드는 것은 백성들의 삶과는 유리돼 있었다. 영화를 예로 든다면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라는 영화는 명나라로부터 받은 옥새를 고래가 삼키면서 벌어지는 얘기를 다뤘다. 웃자는 얘기지만 먹고 사는 게 힘들어 산적이 되고 해적이 된 이들에게 옥새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강우석 감독의 영화 '한반도'는 을사늑약 등이 가짜 옥새로 체결돼 무효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당시 일본과 맺은 협정이 부당하다는 주장에는 누구나 고개를 주억거리겠지만 이제와 옥새가 가짜였으니 무효라는 얘기는 이미 식민지 지배로 고통 받은 민중들의 입장에선 허망하다.

이런 점에 대해 연암 박지원은 '옥새론'을 통해 천하를 얻는 것은 '덕(德)'이지 옥새 때문이 아니라고 질타한 바 있다. 군주에게는 옥새로 대변되는 명분보다는 백성들의 실제 삶을 돌보는 덕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일찍이 연암이 이런 혜안을 보여줬음에도 한국 정치사에서 옥새로 인해 문제가 생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4년 17대 총선 공천 때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다 위기에 몰린 민주당에서도 옥새파동이 벌어졌다. 당시 추미애 선대위원장은 당 총무국장이 준 대표 직인으로 조순형 대표 체제에서 확정한 중진의원 4명의 공천을 백지화하고 새로운 비례대표 공천 명단을 작성했다. 이에 조 대표는 대표 직인 분실 신고를 하고 새 직인을 찍은 공천장을 접수했다. 두 개의 공천장을 두고 선관위는 조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민주당은 총선에서 9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 대표는 옥새는 가졌지만 민심은 가지지 못하는 모양새가 됐다.

김무성 대표는 옥새를 쥐고 이번 총선 후보 5명의 공천장에 직인을 찍지 않겠다고 했다. 이 후보들은 이른바 '진박'으로 분류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보이지 않는 '옥새'를 이미 받은 후보들인 셈이다. 옥새투쟁의 결말은 이들이 새누리당의 공천을 받느냐, 받지 못하느냐로 결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암이 지적한 대로 옥새가 아니라 누구에게 덕이 있느냐가 관건이며 그것을 판단하는 것은 국민의 몫이다. 공교롭게 김 대표가 옥새를 들고 튄 날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텃밭인 대구ㆍ경북에서만 11.5% 하락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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