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가 회사를 분열과 대립의 구도로 가져가겠다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회사를 정치판으로 끌고가려 합니다. 경쟁사 노조의 행동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입니다."(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
23일 창사 44주년을 맞은 현대중공업이 '노조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가뜩이나 실적 악화로 허덕이는 가운데 노조가 정치세력화 되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것이다. 상황이 절박해지자 최길선 회장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최 회장은 전날 최고경영자(CEO) 담화문을 통해 노조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현대중공업은 2014년 3조원이 넘는 사상 최악의 적자를 낸 데 이어 작년에도 1조5000억원의 손실을 봤다. 일감도 1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아 당장 내년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이는 경쟁사인 대우조선해양ㆍ삼성중공업 노조가 회사 살리기에 나선 상황과 대조적이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수주활동을 위해 최근 한 선주사에게 "공정을 최대한 지킬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며 직접 선주 설득에 나섰다. 대우조선 노조 또한 채권단에 쟁의 활동 자제와 임금동결 내용을 담은 동의서까지 제출했다.
최 회장은 "도크(선박 건조시설)가 빈다는 상상하지 못한 일이 목전에 다가오고 있다"며 "노조도 오로지 회사 생존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전향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당부했다. 내부의 위기 상황을 고백하며 회사를 살려보겠다는 경영진의 절박함을 노조도 다시 한 번 곱씹어 볼 때다. 회사가 살아야 노조도 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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