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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감현장] 시위하는 교육감, 귀닫은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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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과정 예산 해결책 업고 부적절 행동 처벌만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지난달 설 연휴를 전후해 경기와 강원, 세종, 충남, 광주, 서울, 경남, 제주, 전북, 인천 교육감이 순번을 정해 매일 오전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누리과정 예산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벌였다.
엄동설한 속에 전국 교육감 중 절반 이상이 참여한 1인시위는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그만큼 누리과정 예산 문제가 절박하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대통령에게 직접 만나 대화하고 대안을 함께 고민하자는 일종의 제안"이라고 표현했다. "누리과정 예산 갈등이 영유아 보육 및 교육예산 확보를 둘러싼 갈등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좋은 교육을 위해 더 많은 교육재정을 요구하는 운동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교육감들의 릴레이 시위가 이어지고, 각 시·도교육청별로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일부를 긴급 편성하거나 운영비만 보조하는 선에서 급한 불을 끈 채로 3월 새학기는 시작됐다.
그리고 한달여만에 교육부로부터 답이 왔다. 교육감 1인시위에 소요된 시간만큼을 연가(휴가)로 처리하고 동행자를 포함해 교육감의 여비를 돌려받으라는 지시였다. 교육부 공문에는 "출장은 공무수행이 목적이나 누리과정 예산편성 관련 1인 시위는 교육감의 개인적 의사표현(사적용무)에 해당되므로 출장 처리는 부적절"이라고 명시했다.

그런데 교육감들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한 처분만 있을 뿐 정작 누리과정 예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답은 없다. 교육감과 대통령의 만남은 커녕 교육감과 교육부장관과의 진지한 대화조차 없는데 해결이 난망한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교육감들 입장에서는 연가 처리도, 서울까지의 왕복 교통비를 포함한 여비 정도를 지불하는 것도 그리 아까울리 없다. 일부 교육감은 예정된 교육청 회의나 일정 때문에 공식 출근시간 이전인 오전 8~9시 사이에 1인시위를 했다. 멀리 비행기를 타고 와야 하는 제주교육감은 수도권에서 다른 일정을 소화한 후 점심시간인 오후 12~1시에 시위를 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교육감들은 모두 "누리과정 1인 시위는 교육감으로서의 공적 용무"라고 생각하기에 출장으로 처리했을 터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렇게 비꼬았다. "누리과정 예산의 문제가 교육감의 직무가 아니라고 한다. (정부의 직무라는 얘기인데) 참 딱한 교육부라는 생각이 든다."

국민들 눈에는 청와대도 교육부도 교육감들도 딱하긴 매한가지다. 무엇보다 누리과정 예산 논쟁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오늘도 노란 유치원 가방을 매고 뛰어가는 우리 아이들의 해맑은 표정이 그저 안쓰럽기만 하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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