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A사 지방사업장은 최근 한 총선 예비후보 때문에 애를 먹었다. 여야와 무소속을 가리지 않고 총선 출마자들이 지역발전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해당지역에 소재한 A사를 찾아오겠다며 경영진과의 면담을 요청하고 있어서다.
이회사 말고도 지방에 사업장이나 공장을 두고 있는 웬만한 대기업들은 사정이 비슷하다.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지역경제를 살릴 적임자라면서 대기업 투자유치와 일자리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투자와 고용의 주체인 기업이 매번 언급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상당수 출마자들이 공약(空約)을 남발하는 점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후보들이 공약을 내걸때마다 지역언론에서 확정된 것처럼 보도하면서 회사로서는 난감한 데다 유권자들에 혼란만 주고 있지 않나 걱정된다"고 말했다. 총선을 전후한 이런 포퓰리즘은 중앙정부와 지자체, 정당에서도 나타난다.
19대 국회에서 홍역을 치른 경제민주화가 다시 수면 위로 오르자 기업들의 긴장감은 더하고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한 경제단체 임원은 "한편에서는 기업의 투자를 유치해 지역경제를 살리겠다고 공약하고다른 한편에서는 경제가 어려우니 법인세를 올리거나 대기업 사내유보금을 활용해 복지에 쓰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면서 "기업이 동네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총선 이후가 더 걱정이다. 총선에서 승리한 정당은 대선에서의 표몰이를 위해 새로 구성된 국회에서 총선에서의 복지공약을 입법화할 가능성이 높다. 투자와 고용을 일으키고 세금을 가장 많이 내는 주체가 기업이다. 무리한 포퓰리즘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세금을 올려야 할 것이고, 이는 근로의욕을 떨어뜨리고 기업들의 활동을 저해하게 돼 투자와 고용 부진, 세수감소로 이어진다. 포퓰리즘의 악순환을 그만 둘 때다.
이경호 산업부 차장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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