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한 신상품도 세일하는 패션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손님, 상품권 행사하는 것과 별도로 직원 직권으로 5% 추가로 할인해 드릴게요."
15일 경기도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입점한 럭셔리 브랜드(명품) 매장 직원은 가방을 구경하던 고객에게 추가 할인을 제안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100만원어치 구매하면 상품권 5만원권을 증정하는 행사를 오는 20일까지 진행한다. 소비자는 백화점 상품권으로 5%, 직원 할인으로 5% 총 10% 혜택을 받는 셈이다. 대상 브랜드는 구찌, 프라다, 발렌시아가, 보테가베네타 등 명품 브랜드 대다수가 포함됐다. 구찌 관계자는 "이번에 이례적으로 10일간 진행하는 상품권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콧대 높은 명품 브랜드가 할인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직접구매(직구)와 합리적인 소비를 하려는 소비자가 늘면서 성장세가 둔화한 탓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명품 매출이 전년보다 9.1% 늘었다. 2012년까지 명품 매출은 매년 30% 가까이 증가했으나 2013년부터 매출 증가율이 주춤하다. 노(NO)세일과 지속적인 가격 인상 등 고가정책을 고수하던 태도를 바꾸고 '고객 모시기'에 나섰다.
유통업체 간 경쟁으로 예년보다 자주 진행되는 할인행사에도 무조건 참여한다. 게다가 매출이 감소한 일부 명품 브랜드는 추가 할인도 진행하고 있다. 고가 브랜드 이미지 정책을 지속하기에는 수익성이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품업체 관계자는 "올해 들어 백화점에서 매 주말 상품권 행사를 하고 있다"면서 "상품권 행사기간에 매출이 늘어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
유명 브랜드가 연초부터 할인행사에 동참하는 이유는 경기침체로 부진이 지속하면서 더는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고를 쌓아두는 것보다 어떻게 해서든 정리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한 패션 브랜드는 지난해부터 백화점 정기세일 외에도 자체적으로 특별할인 이벤트를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패션시장은 1.8% 성장했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역신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제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올해도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도 부침은 계속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패션연구소는 올해 패션시장 규모가 전년보다 2.8% 상승한 38조9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소 회복세를 보이긴 하나 이는 기저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실제 체감경기는 국내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악화될 것으로 연구소는 내다봤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구매 단가도 낮추는 것은 물론 소비횟수도 줄어들고 있어 어렵다"면서 "할인 행사뿐만 아니라 뭐라도 해야 살아남는다"고 말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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