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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집 대웅전과 러브호텔의 공통점 7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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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섬의 '이러쿵저러쿵'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절집과 모텔이 나란히 서있는 묘한 사진 하나가 찍혔다. 대웅전과 러브호텔이 나란히 서있는 풍경은, 무엇이든 동거할 수 있는 ‘퓨전세상’의 우연한 축도(縮圖)라 할 만하다. 심각한 포즈로 세상의 진실을 묻는 석가모니 부처의 옆자리에 야동에 단골 출연한 얼굴 하나가 들이대고 있는 꼴이다. 그 부조화가 웃음을 만들 만도 한데, 가만히 들여다 보니, 그것과 그것이 굳이 같이 있지 말란 법도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생각을 바꾸면, 대웅전과 러브호텔은 꽤 닮은 데가 많다.

절집 대웅전과 러브호텔의 공통점 7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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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대웅전이란 의미는 바로 ‘러브호텔’이다. 대웅전은 대웅(大雄)을 모신 전각이다. 법화경에서는 부처를 위대한 영웅으로 표현한다. 그가 위대한 까닭은 다름이 아니라 ‘세상을 밝히는 자비’를 몸소 실천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자비(慈悲)는 그야 말로 ‘러브’이다. 부처는 말하자면 ‘러브’의 화신이다. 중생을 바라보는 따뜻한 연민을 가진 분을 모신 ‘가장 훌륭한 집’이 바로 대웅전이다. 그러니 ‘러브’가 있는 큰 집, 바로 ‘호텔’이 아니겠는가.

둘째, 러브호텔과 대웅전은 잠깐 머무르는 곳이다. 러브호텔에서 하숙을 한다면 우스운 일이다. 절집 또한 주거하는 곳이 아니다. 이 ‘잠깐 머무름’의 정신은 바로 불교의 핵심이다. 부처는 정주(定住)에서 생기는 집착을 경계했다. 집착은 편견과 고집과 욕심과 망상을 만들어낸다. 지나가는 존재의 진상을, 러브호텔 만큼 절실하게 깨닫는 곳이 어디 있겠는가.

셋째, 대웅전과 러브호텔은 사랑을 구하는 중생들을 향해 활짝 열려 있다.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 곳도 있긴 하지만, 그 또한 중생을 염려해서이다. 어느 곳도 사람을 굳이 가리지 않으며 그 응접에 있어서 본질적인 차이를 두지도 않는다.
넷째, 대웅전과 러브호텔은 모두 은둔을 좋아한다. 대개 절집은 산 속에 숨어들기를 좋아하고 러브호텔은 동네를 벗어나 으슥한 곳으로 파고들기를 즐긴다. 하지만 두 곳 모두, 숨기는 숨되 사람들을 향해 끊임없이 고개를 기웃거리고 있다.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는 대웅전이나 러브호텔은 곧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

다섯째, 두 곳은 모두 씻는 일을 중시한다. 정신을 씻는 일이든 몸을 씻는 일이든, 사랑에는 이런 세척 과정이 필요하다.

여섯째, 대웅전이나 러브호텔이나 ‘잘 되어가는 일’을 격려하는 곳이기 보다는, 문제 있고 괴롭고 어지러운 것들을 안고 찾아드는 곳이다. 하지만 러브호텔에서 러브를 찾기 어렵듯이, 대웅전에서도 러브의 화신을 진짜 만나고 가긴 어렵다.

일곱째, 러브호텔의 싱숭생숭한 붉은 네온장식과 대웅전의 붉고 푸른 단청은 ‘사랑’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나름의 기술이다. 인간은 ‘모텔’이란 네온싸인을 볼 때와, 단청(丹靑)을 지나며 대웅전에 들 때, 떠올려야할 사랑을 아주 자연스럽게 구분한다.

사실, 견강부회로 대웅전과 모텔을 엮어놓았지만, 인간의 오롯한 기원과 삶과 죽음의 성찰이 깃들어야할 절집이, 단순한 휴식 이상의 세속적 혐의를 자주 받아온 러브호텔과 어깨를 겯고 있는 일은, 러브호텔을 대웅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게 아니라, 대웅전을 하계로 끌어내리는 일에 가깝다.

우린 이제 ‘정신’이나 ‘품격’이라고 하는 전시대의 비교적 높은 가치들을 모두 러브호텔 라인으로 끌어내리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인터넷 뉴스나 정보들이 곧잘 그런 형국을 하고 있지 않은가. 심각한 북핵 기사나 개성공단 뉴스 옆에 ‘가수 *** 깊은 슴가골’에 관한 소식이 함께 뜨는 현상이야 말로, 대웅전 옆에 있는 러브호텔을 방불하는 모양새가 아니던가.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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