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式 전략적 후퇴 우려도
박 대통령이 구상하는 '압박을 통한 북한 체제 변화' 전략은 크게 3단계로 이뤄진다. 개성공단 폐쇄 등 한국의 자체 압박,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사회의 금융제재, 중국의 동참이 큰 줄기다. 정부는 개성공단 중단을 통해 핵개발 자금을 끊겠다고 밝혔지만 그 효과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개성공단을 거쳐 북한에 유입되는 돈은 연간 1억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은 '한국도 손해를 감수하고 행동에 나섰다'는 국제사회를 향한 메시지다. 이후 관심은 미국의 '포괄적 대북제재법안'으로 모아진다. 북한과 거래하는 제3자를 미국법으로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이 가동돼야 경제제재의 실효성이 생긴다. 미국 의회는 이 권한을 행정부에 일임했다. 세컨더리 보이콧이 가동되면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과 금융권에 타격을 주는 것이고, 이들과의 거래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북한 경제는 고사된다. 체제붕괴 혹은 핵포기 선언은 이때서야 나올 수 있다. 다만 미 행정부는 미ㆍ중관계 악화를 감수해야 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개성공단 가동 중단은 북한 경제전략에 분명한 악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폐쇄 경제인 북한 입장에서 중국의 변화 없는 제재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조건을 달았다.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전 통일연구원장)도 "중국과 러시아가 기존의 대화 위주 전략에서 벗어나 대북제재 강도를 조금씩 높이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개성공단 폐쇄 이후 상황을 낙관했다.
'대북 압박'은 박근혜정부 출범 후 계속돼 온 낡은 전략이다. 그러는 사이 북한은 핵ㆍ미사일 능력을 강화했다. 약이 듣지 않으면 약을 바꾸거나 용량을 높여야 하는데 박 대통령은 용량, 즉 압박을 강화하는 선택을 한 셈이다.
이는 일본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다 결국 전략적 후퇴로 이어진 위안부 문제의 실패를 반복할 것이란 우려를 낳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연구전략실장은 "정부가 즉흥적으로 정책을 내리는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며 "제재 위주의 정책으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변화가 있을 것이란 것은 너무 순진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보다는 "우리도 핵보유를 검토하는 등 다른 전향적 방법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인권'이라는 명분으로 일본을 압박했지만, 법적책임 인정은 아베 총리가 절대 선택할 수 없던 것이었다. 한ㆍ미ㆍ일 3각 공조의 훼손을 우려한 미국 측 압박에 박 대통령은 3년 만에 아베 총리의 손을 잡아야 했다. 북한 정권 역시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 없이 핵을 포기하기 어려운 사정임을 고려하면, 경제 고사전략은 북한 정권 붕괴에 앞서 한반도에 군사적 대혼란을 먼저 야기할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 있다.
박 대통령이 대북 압박전략을 끝까지 밀어붙일 동력을 얻기 위해선 국내 여론의 협조가 필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개성공단 폐쇄 조치 후 안보에 대한 불안 가중과 실물경제 타격은 '당장의 안정'을 요구하는 여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박 대통령이 국민과 직접 소통을 통해 현 상황을 정확히 설명하고 향후 계획을 알림으로써 내부 안정부터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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