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세계 3대 신용평가사들이 한국의 신용등급을 높게 평가하는 배경에는 다른 국가에 비해 월등히 앞선 재정건전성이 있다. 올해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40%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다른 선진국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새누리당의 대표적 경제전문가인 이한구 의원은 국가채무비율을 80%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해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국가채무비율을 계산할 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채무만 넣고 있지만, 사실은 정부가 책임진 공기업, 공공기관 채무도 다 포함해야 정확하다"며 "채무비율을 계산할 때 2배로 계산해야 현실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의 주장대로 공공부문 부채를 모두 계산하고 정부가 여유분으로 감안하고 있는 20%포인트를 감안하면, 한국 국가채무비율은 실질적으로 100%에 이르게 된다. 이 의원은 "일본이 20년 전에는 국가채무비율이 70% 정보 밖에 안 됐다"면서 "우리는 일본과 비교가 안 되게 더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저출산·고령화로 복지지출이 급격히 늘어나면 이 중 상당부분을 국채 발행을 통해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속도라면 이르면 내년에는 국가채무는 700조원으로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말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2060년 장기재정전망' 보고서는 2060년에는 국가채무비율이 157.9%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과 동시에 재정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페이고(pay-go) 원칙을 의무화 하는 방안이다. 페이고는 예산투입이 필요한 법안을 발의할 때 이에 필요한 예산을 어떻게 마련할 지에 대한 계획을 함께 세우는 것을 말한다. 이밖에 필요한 재정준칙을 세우고, 세출예산의 구조조정도 더욱 강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끊이없이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현실을 녹록치 않다. 박근혜정부는 41조원이 넘는 재정 패키지와 두 차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 각종 재정 보강책을 내놓았다. 선진국에 비해 재정이 건전한 만큼 재정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몇년 간 재정정책은 그닥 효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빌미로 추경을 편성했지만 성장률 3% 달성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올해도 이미 1분기에 조기투입하는 예산규모를 지난해에 비해 14조원 늘리기로 해 하반기에는 재정여력이 많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일각에서는 '하반기 추경 불가피론'을 벌써부터 내놓고 있다. 정부의 재정건전성 노력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국회가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해 페이고 도입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 하는 한편 정부의 재정관리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하는 상황이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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