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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이 은행장'vs'검투사'…560조 놓고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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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투자일임업을 은행에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객의 선택 폭, 원스톱 서비스 제공 측면에서 긍정적이다.”(하영구 은행연합회장.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

“은행에 투자일임업을 허용하는 것은 금융업 체계 근본을 흔드는 것이다. 은행은 원금이 보장되는 안전한 금융회사라는 인식이 강하다. 은행에 운용전문가가 있는 것도 아니고 투자상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것도 아니다.”(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지난 4일 기자간담회)
560조원 규모의 투자일임업을 놓고 은행권과 금융투자업계가 정면으로 부딪치고 있다. 각 업계를 대표하는 하영구 회장과 황영기 회장이 총대를 메고 맞붙었다.

투자일임업은 고객에게 투자판단을 위임받아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은행권의 오랜 숙원이다. 저금리와 고령화 영향으로 자산관리 수요가 늘어나면서 투자일임 잔고는 2010년 267조원에서 2014년 433조원, 지난해 9월 기준 560조원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새로운 수익원 찾기에 주력하고 있는 은행들은 투자일임업 시장 진출에 총력을 펴고 있다. 특히 '만능통장'으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다음달 출시될 예정이어서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 회장은 1981년 씨티은행에 입행해 자금담당 이사를 거쳐 2001년부터 2004년까지 한미은행 은행장, 2004년부터 2014년까지 씨티은행 은행장을 역임하고 2014년 말 은행연합회 회장에 취임했다. 34년간 은행에서 한 우물을 팠으며 14년간 은행장을 맡아 ‘직업이 은행장’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은행업 사정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하 회장은 최근 들어 지속적으로 위기 상황임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4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대표자 총회에서 “은행산업은 유례없는 저성장 저금리 속에서 예대마진의 지속적 축소로 수익성이 악화돼 자산수익률은 0.4% 수준, 자본수익률은 4%대로 하락했다”면서 “핀테크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전문은행 등과 업권 칸막이를 벗어난 치열한 경쟁으로 생존을 위협받는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생존 차원에서라도 투자일임업 허용이 돼야 한다고 보고 역량을 쏟아붓는 것으로 보인다.

황 회장은 1964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국제금융팀장, 삼성전자 자금팀장 등을 거쳐 삼성투자신탁운용 대표, 삼성증권 대표, 우리은행지주KB금융지주 회장 등을 지냈다. ‘삼성맨’ 출신으로 은행보다는 보험과 증권 등 자본시장 쪽에서 이력을 쌓아왔다. 공격적인 추진력과 조직 장악력으로 ‘검투사’란 별명을 갖고 있다.

지난해 2월 금융투자협회장에 취임해 1년간 시장 ‘파이’ 키우기에 주력해 왔다. 연기금의 자본시장 참여와 주식형펀드 시장 확대 등을 추진해왔다. 올해 최대 역점 사업 중 하나가 바로 ISA의 안착이다. 정부가 당초 신탁형으로만 하려던 ISA를 투자일임업에까지 넓혀놓은 마당에 은행에도 투자일임업이 허용된다면 ‘파이’는 되레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이달 중 은행에 대한 투자일임업 허용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안정적인 투자 성향의 은행 고객들을 상대로 투자목적의 위험 상품을 판매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불완전판매 우려를 주된 관건으로 보고 있다. 최근 홍콩 H지수 급락으로 인한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문제가 불거진 것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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