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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 화장실 뒤끝전쟁, 상생을 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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先비데 後휴지 문화 정착
화장실용 물티슈도 등장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전통의 강자, 화장지
고대 그리스.로마시대부터 사용
19세기부터 오늘날 형태 만들어져
옛 폴란드선 연 7개로 사용 제한
화장실용 포함 전체 시장규모 1조
예전에는 부자들만 저를 썼습니다.

저 아시죠? 급할 때 꼭 필요한 제품이라 지금은 없는 집이 없죠. 맞아요, 저는 '화장지'입니다.

저는 사람들의 손이나 얼굴 등에 묻은 지저분한 것을 닦아드리고, 코를 풀 때도 사용되죠. 특히 화장실에서는 볼 일을 보고 난 후 여러분의 '은밀한' 부위를 깨끗이 하는 그런 역할을 합니다.
현재 제 용도가 정말 다양합니다. 노래방에서는 술 취한 주당 아저씨들의 터번도 되고, 응원 열기가 뜨거운 야구장이나 축구장에서는 흰 꼬리를 길게 늘어뜨리며 산화하는 별똥별이 되기도 하죠. 또 집들이 선물로도 그만입니다. 가벼워 들기 좋고 가격이 저렴한 데다 부피가 있어 주고받는 기분이 난다고 해요.

사실 저는 역사가 굉장히 오래 됐어요.

고대 그리스인들이 가지고 다니던 작은 돌과 점토, 로마 귀족들의 스펀지와 헝겊조각 그리고 서민들의 지푸라기 등의 용도가 바로 화장지였다고 합니다.

이밖에도 각 나라의 날씨나 사회적 관습에 따라 나무막대, 과일껍질, 눈뭉치, 양털 등 다양한 재료들이 화장지로 쓰이곤 했답니다.

중국에서 종이가 발명되면서 현재의 제 이름인 '화장지'가 정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6세기 경 중국의 지식인 안지추는 현인들의 문장이 적힌 종이를 화장실에서 사용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종이가 당시 화장지로 사용됐음을 유추할 수 있는 말입니다.

또 14세기 명나라 초대 황제인 홍무제는 매년 72만 장의 종이 화장지를 만들도록 했고 황제 가족들은 특별히 향기가 첨가된 화장지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서구에서는 19세기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오늘날과 같은 화장지를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당시 사람들은 화장지를 사용하는 일이 익숙하지 않았고 특히 그때까지만 해도 화장실에 관련된 소재는 부끄러운 이야기로 여겨졌기 때문에 화장지를 언급하는 일조차 금기시되곤 했답니다.

또 과거 공산주의 체제 아래 폴란드에서는 1년에 단 7개의 화장지만 사용할 수 있었을 만큼 귀한 대접을 받았고 1900년대까지만 해도 여전히 사치품으로 여겨졌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신문지를 비벼 사용했는데요. 다 쓴 공책을 잘라서 앞쪽에 매달아 놓고 해결했다는 것을 지금 세대는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이후 재래식 화장실에서 수세식 변기로 바뀌고 청결을 위해 의사들도 화장지 사용을 권하면서 가정에서 신문지나 종이 대신 화장지를 사용하게 됐는데요. 현재 6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국내 화장실용 화장지 시장 규모를 합하면 우리나라의 전체 화장지 시장은 약 1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진단이 나올 정도로 급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화장실의 왕좌를 지키던 제 자리를 서서히 위협하고 있는 녀석이 있는데요. 화장지가 없어도 뒤끝 없이 깔끔할 수 있다며 자랑을 하고 있어 불쾌한 느낌마저 듭니다. 바로 '비데'라는 녀석입니다.

내가 대세다, 비데
17세기 프랑스 옹실가구가 시초
전자식 제품은 1980년 日서 개발
최근 임산부 등 맞춤형 제품 등장
시장규모 5000억, 10년만 5배


안녕하세요. 방금 소개받은 비데입니다. 시작부터 저를 안 좋게 보시는 것 같아 조금 기분이 상하지만 제 소개를 새롭게 다시 하겠습니다.

화장실에 갔다가 화장지가 없어서 당황했었던 경험, 한번쯤 있으신가요? 요즘엔 제가 있어 화장실에서 허둥지둥할 일이 많이 줄었다고 하네요. 최근에는 가정집뿐만 아니라 공공장소에서도 흔히 볼 수 있을 만큼 일반화됐습니다.

제 이름인 비데는 프랑스어로 '조랑말'이라는 뜻인데요. 17세기 프랑스 왕실에서 가구 형태로 비데를 만든 것이 시초입니다. 비데를 사용하는 모습이 꼭 조랑말에 앉아 있는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요.

초기 비데가 단순히 물을 담는 용기 수준이었다면 요즘 비데는 최첨단 기기라고 할 수 있죠. 버튼만 누르면 온수가 분출돼 세척해주는 것이 기본 원리인데요. 이 같은 원리의 전자식 비데는 1980년대 일본에서 최초로 등장했습니다. 처음에는 항문 질병에 활용하는 의료용이었지만, 위생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며 대중화된 제품이 됐습니다.

국내에 비데가 본격적으로 보급된 시기는 1990년대 초반으로 당시에는 단순히 세정만 잘되면 그만이었지만,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비데에도 다양한 첨단 기술이 탑재되고 있습니다.

시장이 커지고 구매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임산부를 위한 좌욕 기능부터 어린이 전용 기능 등 맞춤형 제품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에 매달 일정 금액을 내고 서비스를 받는 렌털 대신 직접 관리를 선택한 소비자를 위해 물 청소가 가능한 비데가 등장하는 등 선택의 폭도 넓어지고 있습니다.

국내 비데 시장 규모는 2000년대 초중반까지 1000억원 내외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10여년 동안 국민들의 소득 수준이 올라가고 비데에 대한 인식도 개선되면서 시장이 5배 가까이 성장했는데요. 현재 비데시장 규모는 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등장과 함께 닦지 않고 씻는 화장실 문화를 제안했습니다. 사람의 항문에는 1000개가 넘는 잔주름이 있기 때문에 깨끗하게 관리하기가 어려운데요. 화장지로만 닦다보면 주름 사이에 잔여물이 남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국내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만 해도 저를 사용하면 화장지가 필요 없다고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시장에서도 저의 판매 증가로 화장지 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했었죠.

처음엔 맞는 듯도 했습니다. 제가 가파르게 성장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사람들이 비데를 사용한 후 물기를 닦을 수 있는 화장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화장실 비데 전용 화장지까지 나오게 됐습니다.

또 최근에는 화장지와 비데를 혼합했다는 화장실용 물티슈라는 녀석도 등장해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합니다.

결국 우리의 첫 시작은 경쟁이었지만 이제는 서로를 보완해주는 관계로 발전해 나갈 것 같습니다. 이상 저는 비데였습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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