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턴 교수가 요즘 우리나라의 정치현실을 봤다면 아마 자신의 주장이 정치판에도 적용된다고 주장할 지 모른다. 발전을 거듭했지만 선거철만 되면 나타나는 후보간 불평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지역구를 누비는 무명의 예비후보들은 자신들이 직면한 전선을 최소 2개라고 표현한다.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알리는 게 첫 번째 전선이라면 현역의원의 기득권을 뚫어야 하는 것은 또 다른 전선이라는 것이다. 선거구획정이 여전히 미뤄지고 있다는 것까지 합치면 예비후보가 싸워야 하는 전선은 3개로 늘어난다.
이 가운데 예비후보를 위협하는 전선이 기득권과의 싸움이다. 평평한 운동장에서 뛰는 것도 힘든데, 심지어 기울어지기까지 했으니 현역 의원보다 2~3배 더 버겁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역의원 의정보고서는 언제 어디서나 나눠줄 수 있다. 크기나 내용 구성도 거의 제한이 없다. 요즘 같은 추운 날씨에 외부에서 명함을 돌리는 예비후보는 따뜻한(?) 지하철역에서 사실상 명함과 다를 게 없는 의정보고서를 나눠주는 현역 국회의원이 부러우면서도 야속한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경선 승부에서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는 당원명부 정보 접근, 선거자금 모금 상한선 차별도 예비후보들이 불만을 갖는 부분이다.
현역 의원들은 꿈쩍하지 않는다. 애써 외면하거나 오히려 "선거판이 만만찮다는 것을 느껴야 한다"며 당연히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이 정도 상황이면 과연 선거는 누구를 위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현역의원들의 관심이 기득권 지키기에 쏠린다면 유권자가 시야에 들어올 리 없다. 오히려 기득권을 유지하려면 정치에 신경을 써야 하고, 결국 제도를 좌우하는 권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당이 3개월 넘게 공천룰을 둘러싸고 힘겨루기를 한 것도 결국 각자 유리한 방법에만 골몰한 결과다.
새해가 시작되니 여야는 어김없이 '새로운 정치' '민생에 희망이 되는 정치'를 외쳤다. 기득권 놓기를 그 첫걸음으로 할 수는 없을까.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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