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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이되 혁신 아니다"…폰, '기술의 저주'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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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고, 쫒기고…기술의 저주"…관성된 혁신에 지갑 안열려
작년 판매 성장률 첫 한자릿수…中 등 저가공세에 경쟁 심화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스마트폰 시장이 햇수로 9년째 무르익으면서 '기술의 저주'에 빠졌다. 최고의 기술력을 쏟아 부은 제품이 시장에 경쟁적으로 쏟아지면서 소비자들은 더 이상 웬만한 혁신은 혁신으로도 보지 않게 됐다. 소비자들의 인색해진 탄성을 끌어내기 위해 각 제조사들은 '다음 제품'에 종전보다 한 발짝 앞선 기술을 적용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정작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실질적으로 필요한 기능을 넘어서는 기술까지 필요 이상으로 덧씌워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인간이 기술을 따라가야 하는 숨 가쁜 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그 결과 세계 최고의 회사들이 온갖 정성을 다 한 '기술 집약체'들이 기대만큼의 판매 성적을 거두지 못한 채 신제품 반열에서 쓸쓸히 팻말을 거두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의 절대 강자, 삼성전자와 애플도 피해갈 수 없는 '스마트폰 성숙기'의 단면이다.

◆'성숙기'와 '정체기'의 그 어디쯤…위기의 스마트폰=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 등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15억대 수준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4억대 대비 7% 성장에 그친 것이다.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가 급격하게 꺾인 것은 지난해부터다. 삼성전자가 애플에 이어 본격적으로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었던 2010년 2억9950만대 수준이었던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1년 후 4억9050만대로 63.77% 급성장했다. 애플은 디자인 프리미엄에 이어 기능 면에서도 '잡스의 혁신'이 양손에 가득 담길 정도로 추가되던 시기였고, 삼성은 대화면과 S펜을 적용한 '노트 시리즈'를 처음 내놓으면서 대중들의 탄성을 한 몸에 받던 시기였다. 혁신이 거듭되면서 시장 규모가 커진 2012년, 2013년 역시 성장률은 각각 42.73%, 41.40%로 40%를 웃돌았다.
위기의 신호는 2014년부터 오기 시작했다.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은 12억8000만대로 처음 10억대를 넘어섰지만 성장률은 29.29%로 크게 줄었다. 지난해 성장률은 처음으로 한 자릿수(9%)까지 떨어졌다. 올해는 고작 1억대 늘어나는 선에서 성장을 마감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혁신은 관성이 됐고 지갑은 열리지 않았다. '아이폰6s'와 '아이폰6s 플러스'의 생산량이 30% 줄어든다는 소식에 간밤 뉴욕증시에서 애플의 주가는 2.5% 급락했다. 지난해 9월 출시된 아이폰6s와 아이폰6s 플러스의 성능이 전작과 크게 차별화되지 않은 데다, 달러 강세로 신흥국에서 판매가 부진했다는 평가를 받아서다. 감산 폭은 30%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시장은 보고 있다.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잡스 시대'에 애플은 달러 강세와 같은 외부 요인에 아이폰의 생산량 급감을 불러일으킬 만큼의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잡스 이후 시대를 이끌게 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기존에 잡스가 갖고 있던 제품 철학을 뒤집는 큰 화면 아이폰을 선보였고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2014년 화면 크기를 키워 전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킨 '아이폰6' 이후의 혁신에 대한 고민은 더 커졌다. 이번 주가 급락 역시 애플의 고민과 맥을 같이 한다.

지난해 9월 출시된 아이폰6s는 1차 출시국에 처음으로 '세계 1위 스마트폰 판매국'인 중국을 포함시키고 출시 초반부터 대대적인 마케팅에 들어가는 등 큰 공을 들였으나 중국, 일본, 미국 등 전 세계 주요 시장에는 아이폰6s와 아이폰6s 플러스의 재고가 쌓여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3월 처음 공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 역시 화면 양쪽이 휜 '엣지 디자인'과 현존 최고 수준의 기능 등에 대해 호평이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았다. 갤럭시S6의 신제품 효과가 최고조에 달해야할 지난해 2분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7190만대로 전작 갤럭시S5의 신제품 효과가 발생했던 2014년 같은 기간(7450만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업계에서는 출시 전부터 디자인·기능 등에 대한 호평이 많았던 갤럭시S6의 판매성적이 부진했던 것은 제품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성숙기를 넘어 쇠퇴기로 접어든 시장 상황의 영향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이정도면 고급" 싼 가격 경쟁무기 내세운 '저렴이폰'의 반격=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정체로 제조사들은 비교적 성장폭이 큰 신흥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시장에서의 판매량 확대를 통해 실적 방어에 나서기 위해서다. 그러나 싼 가격을 무기로 한 현지 제조업체들과 '쓸만한 사양'을 갖춘 저렴한 중국폰들이 시장경쟁에 공격적으로 동참하면서 신흥시장 역시 레드오션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프리미엄폰 시장의 상징'이었던 국내 시장에도 지난해 말 '초저가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등장했고, 불티나게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현상으로 지난 2012년 1·4분기 330달러에 이르던 전 세계 스마트폰 평균판매단가(ASP) 역시 지난해 3분기 기준 230달러로 급락했다.

삼성전자가 A에서 Z까지 삼성전자가 중가 메탈폰 '갤럭시A'부터 10만원이 안되는 타이젠폰 '삼성 Z'를 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애플 역시 신흥시장의 중요성에 공감, 오는 3월께 기존 아이폰보다 사양을 낮추면서 가격을 합리화한 '아이폰6c'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 시장 정체에 따른 제조사들의 고민은 현재 미국에서 진행 중인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 2016'에서도 드러난다. 삼성전자, 화웨이 등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기어VR·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착용형) 기기 제품을 선보였다. 올해 CES에는 '폰 다음 시장'으로 언급되고 있는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등이 주요 부스를 차지하고 참가자들을 맞았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은 해가 거듭될수록 꺾인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라며 "제조사들은 2020년께 30조원 수준의 시장으로 발전할 스마트워치와 같은 대안시장을 찾는데 골몰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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