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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 연말 '무더기 무상증자'한 까닭

최종수정 2016.01.01 10:00 기사입력 2016.01.01 10:00

배당과 달리 세금문제 없어, 보유지분 가장 많은 오너일가에 유리
지난달 한미 등 15곳 공시


[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 지난달 제약사를 중심으로 한 상장사들의 '무상증자' 결의가 잇따라 쏟아졌다. 무상증자는 배당과 함께 기업의 대표적인 주주친화정책으로 꼽힌다. 상장사들은 보통 연말을 기준으로 현금 혹은 주식 배당을 하는데 배당 결정을 얼마 앞두고 굳이 무상증자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무상증자 결정 공시를 낸 기업은 유가증권ㆍ코스닥ㆍ코넥스 시장 통틀어 총 15곳이었다. 지난해 나온 무상증자 공시(59건) 중 4분의 1 가량이 12월에 몰렸다.

한미약품과 지주사 한미사이언스가 보통주 1주당 0.02주를 배당하기로 했다. 보령메디앙스는 1주당 0.0185559주, JW홀딩스는 1주당 0.02주를 나눠줄 예정이다.

무상증자 기업들 중 시가총액이 큰 한미약품만 놓고 보면 지난 3분기 기준 423만2455주(41.37%)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는 한미사이언스에 8만4649주를 배당하게 된다. 한미사이언스의 최대주주는 2071만4199주(36.22%)를 보유한 임성기 회장이다. 아울러 한미사이언스는 임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에 70만8177주를 배정할 예정이다. 29일 종가(13만2500원)를 적용하면 938억원 상당의 주식이다.
무상증자란 기업이 자본잉여금 중 일부를 자본금으로 편입하면서 신주를 발행해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행위다. 이익잉여금을 재원으로 하는 주식배당과 달리 나가는 곳간 위치가 다른 셈이다. 특히 바이오 벤처나 제약회사처럼 당장 벌어들이는 현금보다 기술에 대한 미래가치를 더 평가받는회사들은 이익영여금 규모가 크지 않은 경우가 많아 무상증자가 더 선호될 수 있다. 한미약품의 경우, 지난 3분기 말 기준 자본금 256억원에 자기자본이 4160억원에 달해 잉여금이 3900억원을 넘는데 이중 이익잉여금은 마이너스 98억여원이다. 반면 자본잉여금은 4000억원을 육박한다.

주주 입장에선 무상증자를 통해 주식을 받으면 세금 문제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무상증자는 주식배당과 유사하지만 주식배당과 달리 15.4%에 달하는 배당소득세를 낼 필요가 없어 혜택은 더욱 크다.

한미사이언스를 놓고 보면 70만8177주를 배정받는 오너 일가가 이를 주식배당으로 받으면 배당 주식 수에 액면가(500원)를 곱한 후 15.4%의 세율이 부과돼 5400여만원을 세금으로 내야하지만 무상증자여서 일반 주주들과 마찬가지로 공짜로 얻을 수 있다. 아울러 무상증자를 통한 배당은 금융소득 2000만원 이상 종합소득세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하나금융투자 세무담당 직원은 "자본잉여금을 재원으로 하는 무상증자는 처음부터 과세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금융소득 종합과세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무상증자가 주주이익을 앞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보유 지분이 가장 많은 오너 일가에 유리한 쪽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무상증자는 기업의 대표적인 주주친화정책이지만 최대주주가 합법적으로 세금을 피하면서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으로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2005년부터 매년 무상증자를 해오고 있는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 외에도 최근 무상증자 결의를 한 보령메디앙스, JW홀딩스 등 역시 오너 일가 지분이 40%를 넘는다.

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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