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카와 긴조의 삶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고레카와 긴조가 쓴 책은 '파란에 산다'라는 자서전이 유일하다. 자서전 제목대로 그의 인생은 파란만장했다.
그는 1897년 효고현에서 칠 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가난한 어부였다.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천하를 호령하겠다"는 열정만으로 고베의 '요시모토상회'라는 무역상에서 일을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가 도산해 실업자 신세가 된다.
급변하는 정세 때문에 사업 실패를 거듭했다. 정치적인 문제에 휘말려 군수품 사업을 접으면서 빈털터리가 됐다. 빚쟁이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면서 권총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간토 대지진 소식을 듣고 아연철판을 매집해 돈을 벌어 도금회사를 차렸지만 대공황으로 다시 도산했다. 40대에 들어 강원도 횡성과 삼척 등에서 광산을 개발하고 제철소를 설립해 '고레카와 그룹'으로 키우기도 했다. 이 역시 일본의 제2차 세계대전 패전으로 모두 몰수당한다. 일본 패망 직후인 1946년 귀국해 벌인 쌀 이모작 사업, 면화 사업 등은 자금사정과 면화값 하락으로 고전하다 접어야 했다.
신해혁명, 제1ㆍ2차 세계대전, 경제 대공황, 오일쇼크 등 굵직한 근현대사가 그의 삶을 관통한다. 그의 자서전에는 화려한 성공의 이면에 있는 수많은 실패와 상실의 스토리가 오롯이 담겨 있다. 그래서였을까. 그는 굴곡진 인생의 끝자락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좌우명을 부탁받으면 '성실과 사랑'이라고 써 준다. 나는 이것을 내 인생의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을 성실로 대하고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갖고 살아가야 한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