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동안 정치권, 연예계 등 사회 곳곳에서 이른바 '핑계의 무덤'이 극성이었다. 국민을 분노케 한 뻔뻔스런 핑계부터 무조건 '아니다'는 막무가내식 우기기, 눈물 호소까지 그 종류도 다양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최근 외국인 유학생과 연탄 배달 봉사활동을 하던 도중 한 흑인 유학생에게 "연탄 색과 얼굴색이 똑같다"는 인종 차별성 발언을 해 공분을 샀다. 김 대표는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변명의 여지가 없는 불찰"이라고 사과했지만 "친근함의 표현"이라는 핑계를 사족으로 덧붙여 눈총을 받았다.
2002년 병역 기피 혐의로 입국이 금지된 가수 유승준도 지난 5월 갑작스런 인터넷 방송 생중계를 통해 "한국 땅을 밟고 싶다"는 뜻을 밝혀와 13년 만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과거 스스로의 행동에 대한 책임 인정과 사과 대신 "가족의 강권에 못 이겨 외국 국적을 획득했을 뿐"이라는 핑계를 댔다. 눈물을 동반할 정도로 필사적 호소임은 분명했으나, 오래 닫혔던 대중의 마음을 돌리기엔 진정성이 부족해보였다.
핑계가 쏟아지는 세상에선 '솔직한 사과'가 오히려 큰 주목을 받기도 한다. 지난 여름 온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은 메르스(MERSㆍ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과문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사과의 정석'이라며 화제가 됐다. 이 부회장의 사과문에는 '잘못된 상황 파악, 단호한 책임 인정과 반성, 개선책' 등 사과에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할 내용이 잘 드러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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