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감염의 가능성 = 국내 메르스 확산의 원인은 진앙지인 평택성모병원에서 방역이 실패한 탓이 가장 크다. 당시 보건당국은 '2m 1시간'을 밀접접촉 기준으로 정하고 밀접접촉자만 격리했다.
역학당국이 첫 확진자가 입원한 평택성모병원 8층 병실에서 가스실험한 결과를 보면, 첫 확진자의 병실에서 8층 전체로 에어로졸(수분입자)과 가스 확산이 확인됐다. 근접한 거리에서 감염자의 침에 의한 '비말감염'은 물론 공기의 이동을 통한 에어로졸 감염의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특히 최초 확진자가 입원한 병실의 경우 당시 환기구가 없어 작은 창문을 계속 열어놨는데 이 때 바람을 통해 바이러스 입자가 출입문에 의해 다른 병실로 확산될수 있다는 것도 확인됐다.
역학조사에 참여한 국립암센터의 기모란 교수는 "확산된 에어로졸의 크기는 비말핵부터 작은 입경의 비말도 일부 포함됐다"면서 "공기를 통해 인근 병실로 확신된 양이 감염을 일으킬수 있을 정도의 양인지는 별도의 임상미생물학적 소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메르스의 모체인 '코로나 바이러스'는 변이가 잦다. 사스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일종으로 유전적 변이를 통해 사스로 발전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과학자들은 국내 메르스의 변이 가능성을 점쳐왔다.
한국파스퇴르 연구소의 실험 결과에선 국내 메르스는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발견된 메르스 바이러스에서 다수의 변이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중동에서 유행 중인 메르스 바이러스는 3년만에 변이가 발생한 것이다.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메르스의 경우 백신보다는 치료제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지역사회 감염 있었다= 보건당국은 국내 메르스 유행 당시 지역사회 감염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병원을 통한 감염인 만큼 감염병 위기단계도 '주의'를 지켰다. 하지만 역학조사 결과 평택 경찰관인 119번째 확진자와 178번째 확진자의 경우 지역사회 감염으로 결론이 났다.
평택경찰관인 118번 환자는 메르스 유행 초기인 5월26일과 28일 사우디아라비아에 다녀온 친구와 술자리를 가진 후 의심 증상을 보였지만, 당시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받았다. 이후 같은달 31일 밤 발열 등 감기 증상이 심해져 평택박애병원 응급실을 방문했고, 이후 1차 검사에서 양성으로 확인돼 격리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종 음성 판정을 받고 퇴원했다 이튿날 메르스 증상이 발생, 6월10일 메르스 양성 판정을 받았다. 보건당국은 119번 환자가 평택박애병원에서 52번 환자와 접촉했을 가능성을 발표했지만, CCTV 확인 결과 두 환자의 동선이 겹치지 않아 119번의 감염경로는 미궁으로 남았었다.
178번 환자의 경우 아버지인 118번째 확진자의 병간호를 위해 5월28일부터 평택성모병원에 머물다 이 병원이 메르스로 인해 폐쇄되면서 5월29일부터 6월6일까지 박애병원에서 아버지를 간병했다. 아버지 사망 이후인 6월6일부터 14일까지 전남 고흥으로 내려갔다 잠복기를 훨씬 지난 16일부터 발열 증세가 나타나 잠복기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보건당국은 당시 가족간 감염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역학조사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이 분들이 메르스 유행의 근원지인 평택지역에 머문 만큼 지역사회 감염이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메르스 유행 당시 감염병 경보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계는 해외 신종감염병이 국내 유입 이후 타지역으로 전파한 경우에 해당된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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