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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우리의 씁쓸한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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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도 없고 금융자산도 적어 문제점으로 지적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2015년이 저물고 있다. 22일 오전 7시, 오래간만에 한 선배를 만났다. 해장국집에서 아침을 먹었다. 50대에 접어든 그는 최근 퇴직했다. 25년 넘게 다녔던 회사를 나왔다. 나온 게 아니라 쫓겨났다. 아침을 먹는 동안 말이 없었다. 뭔가를 해야겠고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고민이었나 보다. 끝내 그는 앞으로의 삶에 대한 말은 하지 않았다. 간단한 아침을 먹고 헤어지면서 그는 "2015년이 씁쓸하다"는 짧은 말만 남겼다. 그의 뒷모습에서 '우리의 씁쓸한 퇴직'을 본다.

올해 연말 대기업의 인사는 구조조정과 인원감축으로 정리된다. 불황이 깊어지고 있다. 인건비를 줄이겠다는 거다. 100세 시대에 그 절반인 50대에 할 일을 잃는다. 나머지 절반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보건복지부 등 정부관계부처는 21일 '국민의 안정적 노후생활을 위한 연금자산의 효율적 관리 방안'을 내놓았다. 개인, 퇴직, 국민연금 등의 종합적 규율체계를 만들어 노후소득 보장체계를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내놓은 자료 중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퇴직자 대부분은 퇴직급여를 일시금으로 수령한다는 내용이었다. 올해 3분기 중 연금수급 요건을 갖춘 55세 이상 퇴직자의 6.2%만이 연금으로 퇴직금을 수령했다. 달리 말해 10명중 9명 이상은 퇴직금을 일부불로 수령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씁쓸한 퇴직'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50대에 은퇴하면 한 가장으로서 짊어져야 할 책임이 만만치 않다. 자녀의 경우 대학생인 경우가 많다. 연금을 받으며 편안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자신이 지금 당장 벌지 않으면 가계가 어려운 지경에 빠진다.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해 뭔가 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다.
다른 회사에 취직하면 되겠는데 50대 중반의 나이에 쉽지 않다. 창업으로 눈길을 돌린다. '먹자 사업'이 가장 만만하다. 이때부터 '씁쓸한 퇴직'과 함께 퇴직금의 '씁쓸한 행보'가 시작된다. 먼저 인테리어·간판 업자들에게로 퇴직금이 흘러간다. 곧이어 카드사와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의 습격이 이어진다. 손님이 계산할 때마다 카드 수수료가 빠져나간다. 시대가 변한 만큼 요즈음 배달 앱을 통한 주문이 많다. 배달 앱을 통해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수수료가 나간다. 일시불로 받은 퇴직금이, 뭔가 라도 해야겠다는 절박한 심정의 퇴직금이 어느새 자취를 감춘다. 텅 빈 음식점에 휑한 고독만이 도사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우리의 씁쓸한 퇴직'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통계가 있다. 2012년 통계청이 내놓은 가계순저축률을 보면 우리나라는 3.8%에 불과하다. 미국 5.8, 호주 10.7%에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치이다. 가계자산 중 금융 자산비는 2012년 우리나라의 경우 24.9%에 머물렀다. 미국 68.5, 호주 38.7%보다 저조하다.

'2015년이 씁쓸하다'고 되뇌는 퇴직 선배 앞에 "정부가 연금에 대한 종합관리로 노후소득보장에 나선데요"라고 말할 수 없었다. 지금 당장 먹고 살 일이 막막한 그에게 '연금 타령'을 하기에는 현실이 너무 버거웠기 때문이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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