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특허권 경쟁에서 밀려난 한 면세점 관계자의 말이다. 상황은 이렇다. 매장이 정리 수순을 밟으면서 소위 '명품'이라 불리는 입점 브랜드로부터 엄청난 항의를 받았다는 것이다. 소(少)점포 전략의 명품 브랜드들은 매장 하나 오픈하는데 얼마나 공을 들이는데, 이렇게 쉽게 문을 닫느냐는 게 불만의 요지다. 브랜드들은 관세청에까지 서한을 보내 "5년 시한부 사업장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고 항의했을 정도니, 단단히 뿔이 난 모양새다.
해당 면세점들의 앞날은 첩첩산중이다. 일단 수년 간 일한 인력들을 '다른 어딘가에' 배치해야 한다. 효율이나 적성을 따질 겨를도 없다. 판매하던 물건 역시 고가인 탓에 쉽게 이리저리 돌리거나 떨이로 내놓을 수 없다. 업장을 닫아 발생할 매출 타격은 둘째치고, 일단 화가 난 명품 브랜드들을 달랠 손해배상 비용만 수백억원이다.
올 한 해의 내수경기를 되돌아보자. 게걸음을 걷는 소비심리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그나마 활력을 불어넣어줬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면세점에서 쇼핑할 목적으로 한국을 찾았던 관광객들이 길거리에서 떡꼬치를 사먹고, 화장품 매장에서 마스크팩을 쓸어담고, 남대문 시장에서 옷가지를 쇼핑했다. 그런데 이들을 한국으로 이끈 주역들은 정작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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