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의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8일부터 사무직 30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생산·기술직 한 차례를 포함해 올해만 4번째다. 하지만 과거 세 차례 희망퇴직이 과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했다면 이번에는 전 직급으로 확대돼 뒷말을 낳았다. 과장급 이상 인력을 과거 희망퇴직을 통해 대부분 추린 만큼 이번 구조조정은 5년차 이하 사원·대리급을 타깃으로 했다는 것이다.
회사 경영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채 사람을 채용하고 신입들에게 희망퇴직을 권유하는 것 역시 무책임하다는 지적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13년과 지난해 각각 60여명, 2012년과 2011년에는 각각 200여명의 인원을 공개 채용했다.
회사를 살리기 위한 마지막 노력이라는 사측의 해명에도 직원과 여론의 반응은 차가웠다. 가뜩이나 청년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 기름을 부은 것. 야구선수에는 돈을 아끼지 않겠다는 선언들과 중역 자제들만 감쌌다는 얘기들이 오버랩되면서 반발심만 커졌다. 한 직원은 "두산맨이 되고자 들어온 1, 2년차들은 갖은 협박과 회유로 푼돈 쥐어주면서 추운날 쫓아내고 야구단에는 왜 그토록 투자하면서 유지하는지 모르겠다"는 글을 사내 커뮤니티에 남기기도 했다.
평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을 통해 소탈한 모습을 보여주며 젊은층의 지지를 받았던 박용만 회장에 대해서도 '배신을 당했다'는 격한 반응이 나왔다. 실제 두산그룹에 입사한 신입사원들 중에는 기업광고와 박 회장의 이미지 보고 지원한 사람이 적지 않다.
한 직원은 "익명게시판에는 글 하나 올라올 때마다 수천개의 조회수와 욕들로 난무하다"며 "사람을 이렇게 대하는 곳에 더 이상 있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들기도 한다"는 글을 인터넷상에 남기기도 했다.
결국 사태가 급속도로 악화되며 그룹 전반의 이미지까지 타격을 입자 박 회장이 직접 여론 진화에 나서게 된 것이다. 박 회장은 "건설기계업이 예상치 못한 불황을 맞이한 건 사실이지만 신입사원까지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하는 건 아니다. 그건 안 된다"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이에 따라 희망퇴직 신청 대상에서 입사 1~2년차는 제외하기로 했다. 이미 희망퇴직을 신청한 신입사원이 있지만 모두 반려할 예정이다. 하지만 3년차 이상 직원의 상대적 박탈감 등 또 다른 논란을 낳을 가능성이 있어 무너진 기업 신뢰를 회복하기까진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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