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茶詩를 알아야 중국을 이해한다

최종수정 2015.12.15 14:13 기사입력 2015.12.15 11:12

댓글쓰기

한중 합작 '차시전' 여는 한국문화정품관 박현 관장

현재 수만여 수 전해져…동양사상 이해하는 매개

박현 관장

박현 관장


중국 사상 최장기간 황제로 재위하면서 청나라의 마지막 황금기를 일궜던 건륭제는 노년으로 접어들던 무렵의 어느 겨울밤 손수 차를 달이면서 시를 짓는다.

'…不用香배 用苦茗/建城雜進土貢茶/ 一一有味須自領…(향기로운 술을 버리고 쓴 차를 마시네. 건성 무이산 사람들이 공물로 올린 차. 하나하나 모두 제맛으로 제 영역을 갖고 있구나'

시에는 문예군주다운 면모와 함께 통치철학과 애민정신이 보인다.

"차 하나하나에 제각각의 맛이 있듯이 백성 한 명 한 명에게 다 귀한 면이 있다는 뜻이 아니겠어요. "
박현 '지유명차' 회장(한국문화정품관 관장)은 건륭제의 시를 이렇게 해설해주면서 "중국에는 이런 '차시(茶詩)'가 수만 수 전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차를 노래했던 시에는 차와 함께 산수가 있고, 문화가 있고, 인간의 고뇌가 담기기 마련이죠. 우리가 중국을 알려면, 아니 더 깊이 이해하려면 이런 차시가 중요한 매개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는 24일부터 중국의 차시를 주제로 한 한중 합작 전시회 '차운시향(茶韻詩香)'이 열리는 서울 종로구 창덕궁 앞 한국문화정품관에서 지난 11일에 만난 박 회장은 중국의 차시를 통하면 중국의 문화는 물론 역사와 사상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최근 3개월간 그가 강사로 참여한 중국 차시 강좌에서 다뤄진 시들을 중국의 도예ㆍ서예 작가 장루이펑(장瑞峰)이 서화로 옮긴 작품들이 선을 보인다.

박 회장은 한마디로 이런 사람이라고 얘기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지난 30년간의 그의 저술에 삶의 궤적의 일부가 드러난다. 1980년대엔 '변증법적 지평의 확대' '한국경제사입문' 등 사회과학서의 필자로 명성을 날렸다. 1990년대에는 겨레의 역사와 사상의 뿌리를 파헤치는 고대 지성사 관련 책을 여러 권 냈다. 2000년대를 앞두고는 전통문화에 대한 탐색을 벌여 '나를 다시하는 동양학' 등의 저술이 나왔다. 고(古)언어 전문가로도 유명하다. 고만주어와 고몽고어 외에 운남 소수민족 언어에도 정통하다. 여러 분야에 대한 관심과 지적 편력은 결국 현실과 사회의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요약될 수 있다.

그리고 그의 오랜 고민이 도달한 것이 차였다. 그에게 차는 우리가 그 일부인 동양의 문화와 역사의 결과물이기도 하고 한 사회를 더 건강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동양사상을 공부하던 이들과 함께 2002년 보이차 전문점을 창립하면서 '땅에서 나는 젖'이라는 뜻의 '지유(地乳)'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땅에서 솟아 나오는 생명성이야말로 차의 본래 모습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박 회장을 다른 어떤 호칭보다도 차인(茶人)이라고 하는 게 가장 어울리는 이유가 거기에 있을 듯하다(주변에서는 그를 '차 선비'라고 부른다).

이제 지유명차는 전국에 39개의 지점을 낸 국내 최대 규모 차 전문점으로 성장했다. 2013년엔 한국차문화협동조합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차를 마시면 흥하고 술에 취하면 망한다(飮茶興國)'고 말하는 그에겐 차를 보급하는 것이 사업이자 문화운동이기도 하다. 특히 '귀하고 비싼 차'라는 인식으로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보이차의 가격을 내려 더욱 대중화하는 일에 많은 힘을 쏟고 있다. '차 생활과 문화 그리고 그 이상'을 이야기하는 차 전문지 '티앤모어(Tea&More)'도 곧 내놓는다.




이명재 논설위원 promes@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