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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다잉' 논란 부른 보라매병원 사건은?

최종수정 2015.12.09 12:59 기사입력 2015.12.0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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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한국사회에서 존엄사(尊嚴死)가 공론화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7년 발생한 일명 '보라매병원 사건'부터다. 시계를 18년전으로 돌려 당시 보라매병원에서 어떤일이 있었는지를 짚어보자.

문제의 보라매 사건 내막은 이렇다. 1997년 12월4일 보라매 병원으로 경막외 출혈상(epidural hemorrhage)을 입은 김모(58)씨가 후송됐다. 당시 의료진은 김씨의 경막외 혈종을 성공적으로 제거했지만, 뇌부종(뇌가 붓는 상태)이 남아 있어 자가호흡은 어려웠다.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상태로 계속 치료를 받게 됐다.

그런데 다음날 김씨의 아내 이모(54ㆍ여)씨는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병원 측에 퇴원을 요구했다. 의료진은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면 사망한다'며 거듭 말렸지만, 결국 이씨의 강력한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퇴원한 김씨는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지 5분만에 사망했다. 이씨와 의료진은 올케의 고발로 살인혐의로 법정에 서게됐다.

이후 7년간 벌어진 법정공방은 논란의 연속이었다. 1심 재판부는 부인을 살인죄 공범(교사범)으로, 의사들은 살인죄의 공동정범으로 인정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부인을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의 정범으로, 의사들은 공범(방조범)으로 판단했다. 마지막 판결을 손에 쥔 대법원은 고소한 지 7년이 지난 2004년 6월 의료진에게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부인은 상고를 포기해 항소심에서 내려진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당시 "담당 의사로서 퇴원을 허용하는 행위는 피해자의 생사를 민법상 부양의무자 지위에 있는 부인의 의무이행 여부에 맡긴 데 불과하다"며 "수련의에게 피해자를 집으로 후송하고 호흡보조장치를 제거할 것을 지시하는 등의 행위를 통해 부인의 부작위에 의한 살인행위를 용이하게 했다"고 판시했다.
보라매병원 사건의 여파는 대단했다. 가족의 요구에 못이겨 퇴원조치를 했던 의사들이 '부작위에 이한 살인죄'로 처벌받게 되면서다. 이러다보니 의료계에서는 소생가능성이 없는 환자라도 병원에 붙들어두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환자 보호자가 치료를 거부하더라도 병원이 나서 퇴원거부 가처분신청을 내는 사례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보라매병원 사건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다.

이같은 분위기는 2009년 '김 할머니 사건'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2008년 2월 폐암 조직검사를 받다 과다출혈로 식물인간이 된 김모(77ㆍ여) 할머니의 가족들이 연명치료 장치의 제거를 요구하며 소(訴)를 제기하면서부터다. 이후 대법원은 이듬해 5월 대법관 9대 4의 의견으로 원고(가족)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연명치료를 거부한 가족들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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