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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벤처 숲' 자생력 확보가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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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올해 초부터 지펴지기 시작한 창업 열기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까지 새롭게 영업을 신고한 법인체는 모두 7만7651개로 이 같은 추세라면 사상 처음으로 연 8만개 돌파가 확실시 된다. 정부가 벤처기업을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한 열쇠로 보고 각종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는데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취업 대신 창업으로 눈을 돌리는 젊은 층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실제로 올해들어 지난 10월까지 30세가 안되는 신설법인 오너는 4103명으로 지난해 전체 3885명을 훌쩍 넘어섰다. 인구 절반이 초고속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을 만큼 잘 조성된 정보통신(ICT) 인프라, 우수한 맨파워, 10여년 전 벤처거품을 통해 경험한 '학습 효과', 정부의 벤처창업 육성 의지 등을 볼 때 미국 못지 않은 스타트업 천국이 머지 않아 현실화될 수 있을 것만도 같다.

하지만 잘 조성된 숲이 긴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느냐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남는다. 대다수 전문가들도 벤처 생태계가 견실하게 구축될 수 있느냐는 물음에 대해 고개를 가로 젓는다.

정부가 올해에만 2조원의 가까운 돈을 벤처 육성을 위해 풀었다지만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중소벤처업계 한 관계자는 "무엇보다도 돈이 필요한 곳에 풀려야하는데 평가기관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소위 '꾼'들이 상당수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는 현실"이라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출연연구소 등이 수 없이 창업경진대회를 개최하고, 다양한 지원사업을 공모하고 있는데 프리젠테이션을 잘 연출한 지원자들의 자금줄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에만 서너 곳에서 지원을 받은 곳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사정이 이러하니 실제 사업으로 연결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고, 진정 벤처정신으로 무장한 젊은 층의 창업 의욕을 상당부분 꺾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정부 주도의 연구개발 지원사업에 응모했다가 고배를 마신 모 벤처사업가는 "심사위원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입맛에 맞는 보고서로 국비를 따내겠다는 지원자들도 더러 있었다"며 "지원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프리젠테이션용 자료 작성을 대행해주겠다는 업체 문의전화도 있었다"고 말했다.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정부 태도가 만들어낸 결과다. 중기청 등 관계부처는 물론 공공기관과 연구소도 상명하달식으로 자금을 집행하고, 결과를 보고해야 하니 숫자를 위해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벤처로 투입된 민간자본 회수가 여전히 어렵다는 점도 활성화를 가로막는 장벽이다.

정부는 올해 전문벤처투자자를 50명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상장사 오너 뿐만 아니라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에게도 문호를 개방하는 등 제도 완화에 적극 나섰다. 하지만 지난달 말 현재 전문벤처투자자 등록은 30명에 그쳤다. 이들이 투자한 금액도 80억원에도 채 미미치 못한다. 전문가들은 투자금을 건져올리기 쉽지 않기 때문에 민간인 참여가 제한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벤처기업을 전문 육성해야할 벤처캐피탈도 3년 이내에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에만 몰두하고 있는 현실이다.

벤처캐피탈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초기 지원에만 집중할 뿐 기업인수합병(M&A) 등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제도 마련에는 소극적"이라며 "모험자본의 성패를 시장에서 판단하도록 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주는 장치가 아쉽다"고 말했다.



조태진 기자 tj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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