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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민생·안보 겉도는 '3無 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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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공자는 '논어' 안연(顔淵)편에서 "족식족병(足食足兵) 민신지의(民信之矣)"라고 했다. 나라를 이끄는 정치의 세 가지 요소가 군, 식량, 백성의 신뢰라는 말이다. 공자는 이 가운데 하나를 포기한다면 군이고, 하나를 더 포기한다면 식량이라고 했다. 가장 소중한 것은 백성의 신뢰라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 정치권은 공자의 말과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정쟁으로 신뢰를, 민생법안 지연으로 식량을, 방산비리로 군까지 세 가지 모두를 잃었다. '정치 불신을 만드는 장본인은 정치인'이라는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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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도 못 믿는 정치권…불신만 심어줘=국민들이 정치권에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는 가장 큰 이유는 본인들이 한 합의도 번번이 뒤집기 때문이다. 심지어 당대표들의 약속도 이행되지 않고 있다. 지난 9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부산에서 만나 '안심번호'를 활용한 공천제 도입에 전격 합의했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난 지금 이 합의는 흐지부지 돼 버렸다. 지난 5월 온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공무원연금 개혁 및 국민연금 강화를 위한 합의도 양당 대표가 합의문까지 발표했지만 같은 결과를 밟았다.

양당 지도부의 합의가 뒤집히는 이유는 이념과 노선을 같이하는 당내에서도 서로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야의 신뢰부재 뿐 아니라 여당은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 야당도 주류와 비주류가 편을 갈라 대결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의 원인도 결국은 '자기몫' 챙기기에 있다. 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계파가 더 많은 의석을 점유하기 위해 끊임없는 주도권 전쟁과 지도부 흔들기에 나서는 것이 우리 정당정치의 현주소이다.

심지어 여야는 공무원 인건비 인상 3% 안에 편승해 세비를 올리려다 여론이 반발하자 부랴부랴 철회를 했다. 여야 의원들은 한결같이 몰랐다고 발뺌해 국민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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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갈등…민생법안은 국회서 낮잠만=정치권이 정치싸움에 사활을 거는 동안 경제ㆍ민생과 관련된 법안이 수개월에서 수년을 국회에서 표류했다. 이 가운데 경제활성화법ㆍ노동개혁 5법 등 여야의 정치적 견해가 엇갈리는 민생법안 상당수는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정부와 여당은 침체된 경기 부양을 위해 경제활성화 법안(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국제의료사업지원법, 원격의료법, 기업활력제고법) 통과를 주장한다. 이 가운데 여야는 법안은 원격의료법과 원샷법(기업활력제고법)을 두고 다툼만 반복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경기 부양과 내수 회복을 통한 새로운 시장 창출을 위해 법안 통과가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야당은 의료 영리화와 대기업 특혜를 이유로 반대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노동개혁 5개 법안(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기간제근로자법, 파견근로자법)도 처리에 상임위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지난 24일 논의가 이뤄졌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 했고 여야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야당은 기간제근로자법, 파견근로자법으로 고용불안이 커진다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군은 방산비리와 어설픈 계약으로 분란 자초=현 정부들어 출범한 방위사업 비리 합동수사단은 10월 말 현재 모두 66명을 기소했고, 이 중 1심 판결이 선고된 33명 중 18명에 대해 실형 선고를 받아냈다. 기소된 전ㆍ현직 장성도 모두 10명에 이른다며 중간조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외무기도입사업에 관여한 거물 무기중개상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최근 잇따라 기각되면서 대형 비리 수사에는 한계를 보였다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합수단이 1년 넘게 국내 방산업계를 수사하는 동안 관련 수출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 10월까지 방산 수출액(수주 기준)은 20억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연간 실적의 55%에 불과하다. 9년 만에 처음 방산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권 기싸움에 물건너 간 감사도 있다. 기술 이전 논란이 뜨거운 한국형전투기(KF-X) 사업이다. 국회의 감사원 감사 요구 여부를 놓고 야당은 "기술 이전 협상이 불투명하다"며 감사를 촉구하고 있지만 여당은 "아직도 협상이 진행 중인데 감사원 감사는 안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하기 때문에 정치권의 이견을 좁히기 전에는 사실상 감사요구안 가결은 물건너간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수년 후에는 전쟁이 나도 전투기 출격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방위태세가 불안해진 셈이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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