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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과학계의 정규직화…"웃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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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출연연구소 비정규직 비중 줄었는데 노동의 질은 더 악화돼"

▲정부출연연구소가 많이 있는 대덕특구.[사진=아시아경제DB]

▲정부출연연구소가 많이 있는 대덕특구.[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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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이상적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됩니다. 문제는 돈입니다.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인건비가 상승합니다. 이 때문에 기업체나 정부출연연구소 등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모두 바꿀 수는 없다고 합니다.

역대 그 어느 정권이든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박근혜정부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실제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속 25개 정부출연연구소의 비정규직 비중이 줄어들었습니다. 비정규직이 줄어들고 행복한 정규직으로 생활하고 있을까요? 여기에는 착시효과가 있습니다.
한 연구소가 있습니다. 직원 300명 규모인 이 연구소에 기간제 비정규직은 100명입니다. 비정규직 비중이 33% 정도인 셈이죠. 정부 정책에 따라 이중 10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습니다. 나머지 90명 중 50명은 내보냈습니다. 결과적으로 기간제 비정규직은 40명으로 줄었습니다. 비정규직 비중이 13%로 뚝 떨어졌습니다. 나머지 부족한 인력 50명은 어떻게 충당했을까요. 인턴 혹은 단시간 근로자를 고용했습니다.

통계학적으로는 비정규직 비중이 기존의 33%에서 13%로 내려앉았습니다. 이를 두고 제대로 된 정규직화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 같은 편법에는 두 가지 부작용이 나타납니다. 이른바 보여주기 식 정책은 물론이고 그동안 100명이 하던 일을 40명이 집중적으로 하게 되면서 노동의 질이 더욱 악화됩니다.

실제 우리나라 정부출연연구소에 이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청년과학기술자모임(YESA, Young Engineer and Scientist Association)은 최근 '과학기술계 출연연 비정규직 연구원 문제의 현황과 대안'이란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보고서는 2013년 이후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속 25개 출연연의 비정규직 비율이 감소했다고 분석했습니다. 2012년 46.3%에서 2014년 42.9%로 낮아졌습니다. 일부 비정규직 연구원의 정규직화가 이뤄져 2014년 114명, 2015년 116명 등 총 230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고 합니다.

이와 함께 눈여겨 볼 점이 있습니다. 2012~2014년 사이 기간제 노동자 수는 1407명 줄어들고 단시간 노동자와 인턴 노동자의 수는 각각 110명과 440명씩 증가했다고 진단했습니다. 비정규직 연구원의 정규직 전환 규모(230명)에 비해 많은 기간제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는 겁니다. 더 열악한 고용형태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증가하는 등 비정규직 연구원 문제가 오히려 심각해진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죠.

이는 정부출연연구소 별로 작은 규모의 정규직 전환 규모를 정하고 이에 필요한 재원을 출연연 사업비 내에서 충당했기 때문입니다. 일부 비정규직 연구원은 정규직이 되었는데 상당수 비정규직 연구원은 연구소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줄어든 인력은 더 열악한 고용형태의 비정규직으로 대체된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YESA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바람직한 방안은 정원 확대를 통한 비정규직 연구원의 정규직화"라며 "출연연의 자율적 인건비·연구비 등의 편성과 집행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재정투입 없이 인건비 비중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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