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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돈이다]株님도 울고웃는 '첫눈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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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이 온다구요…어머나와 으이구의 추억, 美경제학자 날시와 주가 상관관계 조사 맑은날이 수익률 더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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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오는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 빗자루로 쓸어 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짱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 앞에 쭈그리고 앉아
목 장갑 낀 손으로 구워 놓은 군밤을
더러 사먹기도 하면서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눈길을 걸어가자.

 안도현 시 '첫눈오는날 만나자' 中

어제 서울에 첫눈이 내렸지? 어머니가 싸리 빗자루로 쓸 정도로 많은 눈이 내리진 않았지만 어제 오전 4시 41분부터 6시까지 1시간 동안 송월동 기상관측소에 진눈개비가 날렸어. '첫눈 오는날 고백하면 성공확률 100%', '첫눈 올때 설레야 아직 청춘'이라는 공인되지 않은 말(?) 때문에 첫눈은 낭만의 상징이야. 또 첫눈이 내린 후부터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기 때문에 한겨울을 예고하는 신호이기도 해. 눈은 또 많은 이벤트를 만들지. 이른바 '눈의 경제학'이야.
◆러브레터에서 교통체증까지 첫눈하면 생각나는 것들

"오겡끼데스카!!!(잘 지내십니까)" 눈덮인 산자락에 대고 여주인공(나카야마 미호)이 이렇게 외치는 영화 '러브레터'를 기억하겠지. 첫눈 하면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명장면이지. 영화도 영화이지만 러브레터가 흥행한 이후에 훗카이도 지역에는 관광객이 많이 늘었어. 작년 훗카이도 지역 관광객이 전년대비 35% 늘어난 137만1900명에 달했지.

배용준과 최지우가 눈사람 만들며 놀던 남이섬도 빼놓을 수 없지. 드라마 '겨울연가' 촬영 전엔 크게 인기가 없었던 남이섬도 이젠 연간 50만여명의 외국인이 찾는 관광명소야. 첫눈이 모티브가 되는 영화나 드라마는 손꼽기 힘들 정도지.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수지와 이제훈은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했고,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는 혜리가 짝사랑하는 남자에게 첫 눈 오는 날 고백을 하라고 하지.

'세차, 군대, 교통체증 vs 첫사랑, 눈사람, 크리스마스' 첫눈하면 생각나는 것을 남녀한테 물어보면 이렇게 상반된 대답을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어. 실제로 성별과 세대에 따라 첫눈에 대해 인식하는게 많이 달라. 몇년 전 옥션에서 첫눈 수혜 품목을 발표했을 때도 상반된 결과가 나왔지. 여성은 첫눈이 오면 커플룩이나 레스토랑 식사권을 많이 사고 남성은 방풍비닐, 문풍지, 내의 같은 방한용품을 많이 구입한다고 답했어. 연령별로 20~30대는 털부츠와 장갑, 목도리나 의류를 많이 사는데 반해 40대 이상은 방풍비닐과 손난로, 내의를 주로 구매한다지. 유통업계에서는 이런 구매패턴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지.

◆맑은 날에 수익률이 좋다? 날씨와 금융의 상관관계

첫눈이 오면 주식시장도 날뛰지. 제설용품, 방한용품을 만드는 회사의 주가가 들썩이지.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기 때문에 집 밖에 나가지 않고 홈쇼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홈쇼핑주도 올라. 반면 폭설이 내리면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작용해서인지 손해보험사 주가는 떨어지곤 해.

단순히 종목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수익률이 날씨와 연관이 높다는 주장도 주목을 끌고 있어. 미국 경제학자 사운더스는 미국 주식시장이 날씨와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했지. 1927년부터 1989년까지 날씨와 주가의 상관관계를 조사해보니 맑은 날이 흐린 날보다 수익율이 더 높다는 거야.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연구가 나온 적이 있는데 작년 8월 조선대학교 대학원 경영학과에서 정유씨가 발표한 '한국 주식시장에서 산업별 주가지수와 날씨효과간의 상관성 분석'이란 논문에 따르면, 습도와 구름의 양이 주가 수익률과 일정 정도 상관관계가 있다고 해. 평균습도는 기계와 전기가스업 주식에 90% 정도 상관성이 있다네. 구름의 양인 운량도 있는데, 전운량(Cloudy)에서는 90% 신뢰수준에서 음식료품, 의약품, 기계, 의료정밀, 유통업, 금융업, 보험 산업군이 영향을 받지. 결과적으로 날씨가 투자자들의 심리에 영향을 준다는 건데, '투심'이라는 것이 워낙 복합적이고 다양한 변수에 영향을 받자너.

이는 최근 들어 경제학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행태재무학'과 궤를 같이 하지. 10년전 인지심리학자인 대니얼 카네만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이후로 인간의 감정과 인지적 행위들이 어떻게 경제주체와 그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지. 이런 관점에서 보면 금융시장과 날씨간의 유의미한 관계가 있는 거지. 하지만 외국인 투자가 확대되면서 그같은 인과관계가 많이 희석됐다는 분석도 있어. 개인투자자들 비중이 높은 증시에서는 날씨변동이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지만 외국인의 경우 다른 기후권에 있으니 그런 영향을 덜 받는다는 거야.

◆날씨가 돈이다…'날씨 경영의 세계'

첫눈과 같은 기상변화는 거시경제에도 영향을 미쳐. 작년 초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앞두고 미국에서 덮친 기록적인 한파가 고용지표를 얼어붙게 한 적이 있었지. 지구온난화 같은 기상이변은 경제주체에 예측 불가능한 비용에 따른 손실로 작용할 수 있지. 최근 10년간 기상재해로 인한 재산피해는 연평균 1조7000억원 정도로 80년대에 비해 47배나 늘었어. 특히 날씨 위험은 금리나 환율 같은 경제요인과 별개로 사람의 힘으로 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더더욱 문제가 되지.

서울대학교와 삼성지구환경연구소는 국내총생산(GDP)의 52%가 날씨에 영향을 받고 있고 산업의 70~80%가 날씨로부터 직ㆍ간접적 영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어. 그래서 기업들은 기후변화를 중대한 리스크 대상으로 관리하고 있는 추세야. 단순히 날씨보험을 들어서 위험을 예방하는 수준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활용도를 높이려고 하고 있지.

우리나라에선 아직 나오진 않았지만 날씨파생 상품 같은 것에 대한 요구도 이어져. 기온이나 강수량, 적설량 등 기상요소 변동을 지수화해서 사전에 정한 지수와 실제 관측결과간의 차이에 따라 돈을 받는 금융상품을 도입하자는 거지. 날시파생 상품은 다른 금융자산이나 상품과 상관관계가 없는데다 조작이 어려워 신뢰성 확보가 크다는 장점이 있지. 실제로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 유럽선물거래소(Eurex), 미국 시카고 기후선물거래소(CCFE) 세곳에는 날씨파생상품이 상장돼 있어. Eurex는 허리케인 선물 10종을, CCFE는 강풍 관련 선물 3종을 취급한대.

어제 반갑게 찾아온 첫눈은 연인들에게 낭만을,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하지만, 경제학으로 따져보면 훨씬 더 복잡한 함의가 있는 거야. 첫눈을 그저 아름답게만 바라볼 수 없는 심정, 이제 독자들도 이해할 수 있겠지?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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