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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명당은 돈벼락]황금알 상권 노란자위 땅은 목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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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좋은 자리’의 비밀

[아시아경제 최서연 기자] 손님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점포 선정에서 '목'은 가장 중요한 요소다. '목'의 좋고 나쁨에 따라 성과가 엇갈린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내놓아도 찾는 이가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점포 개설시 가장 먼저 고려했던 '목'이 최근 들어서는 오히려 자영업자의 '목'을 죄고 있다. 소위 '목' 좋은 곳의 경우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장사를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시내 중심가로만 여겨졌던 '목' 좋은 곳도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최근에는 교통 여건 뿐 아니라 외식ㆍ문화ㆍ레저 환경 등이 거주지 선택의 중요한 요소가 되면서 관련 매장이 들어선 곳이 신흥 '목' 좋은 곳으로 부상하고 있다.

◆목 좋고 장사 잘되는 직영점도 천정부지로 오르는 임대료에 몸살
BR코리아가 운영하는 던킨도너츠의 매장은 2013년 903개, 2014년 820개, 2015년 현재 790개로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수익성 악화로 점포 수를 줄이고 내실을 기하는 방향으로 운영 방식을 바꾼 요인도 있으나 지나치게 비싼 임대료 탓에 폐점하는 매장들도 늘고 있다. 지난 2013년 1월 폐점한 직영점 강남대로점은 매출은 좋았지만 3배 가까이 오른 임대료때문에 결국 문을 닫게 됐다. BR코리아 관계자는 "임대료가 어느 정도 인상되는 부분은 이해하지만 강남대로점의 경우 2013년 계약 만료 시 기존 임대료보다 3배가 올라 이를 감당할 수 없어 결국 폐점을 선택했다"며 "가맹점주들도 직영점만큼은 아니지만 오르는 임대료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프리미엄 수제 햄버거 브랜드 '자니로켓'도 과거 강남역 등 중심지에 로드숍 매장들을 운영했다. 그러나 현재는 대부분의 매장이 신세계 백화점이나 신세계 아웃렛 등에만 입점해 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요즘 가로수길, 경리단길 등은 임대료가 올라서 매장을 접는 경우가 상당수"라며 "자니로켓 강남역점도 장사가 안 되는 편은 아니었지만 임대료가 너무 비싸 대기업도 감당하지 못 할 수준이라 영업을 중단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커피업계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커피업계 관계자는 "커피전문점의 매장이 많이 생기는 것 같아 보이지만 그만큼 폐점되는 수도 많다"며 "커피 가격을 올려도 커피전문점들의 수익률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는데 임대료가 너무 올라 계속 적자를 내며 운영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급작스레 폐점하는 매장은 대부분 임대료 상승 때문이라고 보면 된다"며 "적자를 유지한 채 운영할 수 없어 폐점하고 인근에 다른 매장을 내는 식으로 대안을 찾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식사 시간이면 줄을 길게 늘어서는 가로수길이나 연남동 등의 식당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맛집으로 입소문 나는 음식점들이 하나, 둘 생기며 해당 상권이 유명해지면 프리미엄이 붙어 월세뿐만 아니라 더 많은 액수의 권리금이 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외식업체들의 직영점은 대부분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서 목이 좋은 시내 대로변에 입점하는 경우가 많은데 애초에 설정된 임대료가 높아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 BEP(손익분기점)을 맞추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이런 상황에 임대료까지 크게 오른다면 적자폭이 더 늘어나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거지 선정에 '외식환경' 따지는 젊은이들

"이사해서 저도 이제 스세권(스타벅스 생활권) 입성했습니다~ 축하해주세요." "맥세권(맥도날드 생활권) 살아서 행복합니다. 맥딜리버리 주문했는데 엄청 빨리 오네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게시글이다.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는 거주지 선정 시 역세권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스타벅스와 맥도날드 같은 유명 외식업체가 가까운지 여부다. 바쁜 일상으로 집에서 식사를 하는 일이 드문 젊은 세대들이 주거지를 고려할 때 편리한 외식환경을 중요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맥세권'이라는 신조어는 맥도날드의 배달 서비스에서 비롯됐다. 맥도날드는 2007년 업계 최초로 배달주문서비스인 맥딜리버리를 도입했다. 전국 400여개 매장 중 320여개의 매장에서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모든 매장에서 배달 서비스를 운영하지 않는 데다 라이더(맥도날드에서 배달원을 부르는 용어)들의 안전을 고려한 배달권역 선정으로 배달가능 지역이 좁은 편이다. 이 때문에 젊은 세대들은 맥도날드 배달 가능 지역을 역세권에 빗대 맥세권이라 부르고 있다.

커피전문점 중 항상 소비자 선호도 1위에 꼽힐 만큼 마니아층이 두터운 스타벅스도 마찬가지다. 스타벅스는 봄맞이 벚꽃 테마 음료, 여름 시즌 음료, 크리스마스 음료 등 새로운 음료와 다양한 이벤트를 결합한 계절판촉 활동과 아기자기한 텀블러, 머그컵 등을 한정으로 판매하는데 많은 이들이 '스세권'에 거주하며 매장을 즐겨 찾고 싶어 한다.

최근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 펼치고 있는 외식업계의 공격적인 마케팅도 신조어 양산에 일조했다. 외식업계는 원피스, 미니언즈, 헬로키티 등 유명 캐릭터들과 협업해 마니아층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들 캐릭터가 키덜트족에게 워낙 인기가 있다 보니 출시 전 매장 앞에 길게 줄을 늘어서는 진풍경이 연출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맥세권이나 스세권 거주자는 피규어나 MD(Merchandise, 관련 상품) 같은 한정판 제품을 구하는데 지리적 이점이 있는 셈이다.

스타벅스 매장 관계자는 "일부 매장의 경우 평일 오픈 시간이 7시인데 MD 발매일이면 직원들이 영업 준비를 위해 출근하는 시간보다 더 먼저 나와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매장 인근에 직장을 둔 회사원들도 있지만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부동산 시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수도권과 지방에 거주하는 1인 가구들이 거주지를 선택할 때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한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팀장은 "원룸ㆍ다가구 주택 등 1인 가구를 위한 주택 공급이 늘면서 교통 여건 뿐 아니라 외식ㆍ문화ㆍ레저 환경 등이 거주지 선택의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서연 기자 christine8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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