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금융위기 촉발 가능성 낮지만 선제적 대응 필요"
다음 달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자 폭탄'을 우려하는 금융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시차를 두고 한국은행도 그간의 통화완화 정책을 접고 금리인상 대열에 합류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초저금리 속에서 급증했던 가계부채가 '금융 폭탄'이 될 수 있다. 정부와 한은은 아직 미국의 금리인상 여파가 제한적일 것이란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상황은 심상치 않다. 시장 금리는 이미 지난달부터 찔끔찔끔 오르고 있다.
◆금리 0.25%p 인상되면 이자 1조980억원 증가 = 9월말 1.568%로 바닥을 찍었던 3년채 국고채 금리는 1.761%(23일 종가)로 0.193%포인트 뛰었다. 3년채 국고채 금리는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형 등 금융권 대출상품 금리를 산출하는 근거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의 담보 대출금리도 오름세로 돌아섰다. 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5년고정혼합금리)는 9월말 연 2.67~4.26%에서 이달 24일 3.12~4.71%로 0.45%포인트 올랐다.
금리 인상과 주택가격 하락이 동반 작용하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한은의 금융안정보고서(2015년 6월말)에 따르면 금리가 2%포인트 오르고 주택가격이 10% 하락하는 '복합충격'이 발생하면 2014년 기준 19.3%인 위험부채 비율(가계 전체 금융부채에서 위험가구가 보유한 부채 비중)이 32.3%로 13%포인트 상승한다. 가계부채의 3분의 1이 부실 위험에 빠지게 된다.
◆ 정부ㆍ금융권, 가계 부실 선제 대응해야 = 이론적으로는 금리가 인상되면 은행들의 예대마진이 확대돼 수익성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는 불황과 가계부채란 폭탄을 가정하지 않았을 때 얘기다. 가뜩이나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금리 인상이란 악재까지 더해지면 가계 부실은 걷잡을 수 없다. 이는 곧 은행 부실로 이어진다. 시중 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위험 등급을 나누고 각종 리스크를 가정해 주기적으로 모니터링을 하는 등 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은 실물 경제도 악영향을 미친다. 대출 이자 부담을 느낀 가계는 소비를, 기업은 투자를 줄인다. 빚을 내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도 신중해지면서 건설 투자도 위축된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가계부채가 바로 금융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금리 인상기에 다양한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금융 불안이 커질 수 있다"며 "금융당국과 시중은행은 부채 총량 증가 속도를 낮추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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