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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정치시장이 죽어가는데 권력다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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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 정치경제부장

박성호 정치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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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높은 자리에 올라가더니 사람 변했다는 평을 받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이게 당연한 결과란다. 뇌신경 심리학자인 이안 로버트슨 교수(아일랜드 트리니티칼리지)에 따르면 권력을 쥐면 사람의 뇌가 바뀐다고 한다. 도파민과 테스토스테론이 분출되는데 그 결과 공감 능력이 약화되고 목표달성이나 자기만족에만 집중하게 된다는 것이다. 도파민은 쾌감과 행복감을 느낄 때 신경에 전달되는 호르몬이다. 사랑에 빠져있을 때 많이 분비되는 걸로 알려져 있다. 도파민은 좌뇌 전두엽을 촉진해 권력자를 좀더 스마트하고 집중력 있고 전략적으로 만들어 주기도 한다. 테스토스테론은 대표적인 남성호르몬인데 발육을 촉진시키고 공격성에도 관여한다. 이런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권력을 쥐고도 사람이 변치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내년 4월 총선 공천권을 두고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와 여당 서열 1위의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우선공천'이라고 쓰고 친박(친박근혜)계가 '전략공천'이라고 읽으면서 김 대표가 다시 한 번 꼬리를 내리는 모양새로 끝난 듯 보인다. 하지만 펄펄 끓는 냄비의 뚜껑을 잠시 열어 열기를 식히는 형국이다. 내년 4월 총선 룰을 정하기 전 언제라도 냄비에서 거품이 넘쳐흐를 수 있다.
정가에서는 김 대표가 박 대통령에 정면으로 맞서지 못할 거라고 말하는 목소리도 꽤 있다.

A의원의 말이다. "김 대표는 정치초년병시절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자택을 찾는 정치인들의 신발정리도 한동안 했다. 그리고 이회창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가 YS를 배신하면서 빚어진 결과도 봤다. 바닥부터 대선의 비정함까지 뼈저리게 몸으로 느꼈다. 그는 최고권력자에 대항하기보다 우회로를 택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박 대통령의 절대권력에는 못 미치지만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김 대표는 집권당 대표로서 권력을 쥐고 있음에도 호르몬 분비를 엄청나게 통제하고 있는 듯 싶다.

반면 박 대통령은 절대권력 자리에 오른 지 이미 2년8개월 차에 접어든다. 취임 이전에는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한나라당 최고위원, 부총재 등의 자리에서 권력의 맛을 느꼈다. 물론 고난이 있었음에도 그의 권한과 성과는 적지 않았다. 로버트슨 교수 말대로라면 박 대통령의 뇌에는 이미 상당한 도파민과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되고 있을 것이다.
승패 여부를 떠나 공천권을 두고(청와대는 부인하고 있지만) 김 대표와 박 대통령의 의지는 동일하다. 자기세력 확장이다. 다만 김 대표는 '국민에게 공천권을 주겠다'는 대의를 내걸었고 박 대통령은 효율적인 국정운영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다. 본인 세력 구축은 당의 총선 승리를 뛰어넘는 가치다. 승리하면 통제권을 확보하게 된다. 통제권은 스트레스도 해독시켜 준다고 한다. 관건은 통제력에 대한 견제 장치다. 정치에서 견제의 도구는 국민의 입이다.

두 사람이 신경쓰는 입이 있기는 하다. 매주 발표되는 여론조사다. 김 대표는 차기 유력 대권주자 후보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고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도 요지부동이다.

그런데 이게 잘못됐다. 지금 바라봐야 하는 것은 특정 지지율이 아니라 국민들의 정치 신뢰도다.

최근 클린정치운동본부가 전국 남녀 대학생 1066명을 대상으로 정치의식 설문조사를 해보니 정치 만족도가 10점 만점에 3.58점이었다. 낙제점이다. 심지어 10명 중 6명은 가장 신뢰하는 정치인이 없다고 답했다.

정치 신뢰도는 기업 제품으로 따지면 시장점유율이다. 시장이 축소되거나 없어지는데 자기제품이 다른 것보다 조금 더 잘 팔린다고 미소를 짓는 것은 어리석다.

권력을 쥐려는 의지는 좋다. 쥐고 나니 호르몬 분비 때문에 사람이 변해도 괜찮다. 하지만 국민의 입을 바라보며 권력도 쥐고 사람도 변해야 한다. 지금 크고 작은 다툼으로 가뜩이나 위축되고 있는 정치시장을 잃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박 대통령과 김 대표 모두 심각히 고민해 봤으면 한다.





박성호 정치경제부장 vicman12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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