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사고 팔리는 일이야 사적인 거래이니 시비를 삼을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거래를 둘러싸고 논란이 많은 것 같다. 우선, 유통업을 전혀 모르는 사모펀드가 이렇게 막대한 빚을 안고 인수하다 보니 이자 부담과 투자금의 조기 회수를 위해 단기적인 현금 창출에 치중하게 될 것이고 결국 공급자에 대한 가격 하락 압력, 근로조건 악화, 과다한 배당 등 기업과 국민경제의 장기적 건강을 해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이런 다국적 기업들의 탈세 혐의는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국가 간 조세 정의가 무엇인가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세계화의 진전과 국가 간 조세 협약 등으로 홈플러스 같은 다국적 기업이 누구에게 세금을 얼마만큼 납부해야 하는가의 문제가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다국적 기업들은 너무 복잡하고 다양한 특례조항이 여기저기 숨어 있는 우리 세법의 여러 조항들을 보물찾기 하듯이 잘 살펴서 합법적으로 세금을 적게 내는 길을 찾거나, 모국과 우리나라 사이의 상이한 세법 규정과 국가 간 이중과세방지협약 등을 교묘히 이용해 가장 유리한 쪽 국가에 세금을 납부하면 되는 것이다. 이익을 남긴 곳에 세금을 내는 것이 조세 정의라면 현재의 국제적 납세 관행은 그에 반하는 것이고 따라서 올바르게 시정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실 세금, 특히 법인세는 한 편에서는 비용이지만, 또 다른 편에서는 기업이 사적 이익을 위한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허가해 준 사회에 지불하는 일종의 '허가수수료(license fee)'라고 할 수 있다. 사회는 기업으로부터 이 수수료를 받아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필요로 하는 여러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사회가 건강하고 풍요로울 때 기업도 번창할 수 있는 것이며, 기업이 올바르게 돈을 벌고 정당한 세금을 납부할 때 사회는 더욱 진보할 수 있다.
사실 조세 정의는 투명한 세정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 정부는 기업에 대한 과세 제도를 단순하고 명료하게 재정비해 조세 행정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또한 기업들이 낮은 세금을 찾아 나서는 조세쇼핑을 방지하기 위해 유엔(UN) 등 국제기구도 상응한 노력을 하고 투자자들도 납세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중요한 내용으로 간주하고 이를 투자 의사 결정에 감안할 필요가 있다.
이번 탈세 논쟁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조세 정의를 생각하는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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